[사설]北, 한미 정상 메시지 잘 읽어야

  • 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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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할 수만은 없다”고 한 것은 대단히 당연한 말이다. 그것이 이례적 발언으로 여겨지는 자체가 그동안의 정부 대북정책의 오류를 말해 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북한 지도자들의 두려움은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핵 불용(不容)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에 끌려가는 인상이 짙었던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들이어서 다행스럽다는 느낌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한미 양국이 확고한 공동보조를 유지할 것을 다짐했다. 북핵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공동성명은 북핵 폐기에 대한 한미 정상의 의지를 분명히 담고 있다. 어제 반기문 대통령외교보좌관이 “핵문제 전개과정에 따라 남북교류의 규모와 시기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긍정적이다.

북한은 이 메시지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은 노 대통령 방미기간 중에도 남북 비핵화 선언의 무효화를 언급하고 위기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북한이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민족공조를 앞세워 한미 사이를 이간하려는 북한의 저의가 더 이상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은 그들에게 심각한 상황 변화다.

북한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포기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자 최선의 선택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한결 견고해진 대북 공조 기반을 마련한 마당에 북한이 여기에 맞서는 자세를 고집한다면 당면한 경제난 및 체제불안은 심화될 뿐이다. 반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외부 세계의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아직도 열려 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이 주는 메시지를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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