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골프쳐야 경제 뜬다?…盧대통령 4일 골프 라운딩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55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4일 오전 대통령비서실 참모진 및 일부 장관과 함께 세 팀을 만들어 서울 태릉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노 대통령 부부는 이날 2조로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 김세옥(金世鈺) 대통령경호실장과 함께 18홀을 돌았다. 1조는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와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비서관,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비서관, 조윤제(趙潤濟) 경제보좌관이었고, 3조는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반기문(潘基文) 외교보좌관, 김희상(金熙相) 국방보좌관, 김태유(金泰由)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다. 노 대통령 부부가 끼지 않은 1, 3조는 소액의 ‘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골프장 행은 1일 밤 TV토론이 끝난 직후 일부 참모들이 “최근 사회 분위기가 경직돼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대통령께서 골프장에 한 번 나가는 게 어떠냐”고 건의해 이뤄졌다.

이해성 홍보수석비서관은 “골프 금지령이 있다는 인상도 없애고, 대통령 스스로도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한 데다 대통령의 허리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키고 건강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17번홀에서 난생 처음 버디를 잡는 등 94타를 기록했고, 권 여사도 쇼트 홀(파3)인 16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등 96타를 쳤다. 참석자들의 골프장 이용료 100여만원은 모두 노 대통령이 냈다. 군 골프장인 태릉골프장은 현직 대통령을 정회원으로 대우하고 있어 노 대통령에게는 할인요금인 2만5000원을 받았다.

노 대통령 일행은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첫 티업 시간(오전 6시) 전인 오전 5시반부터 라운딩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라운딩 후 맥주 300cc를 마시며 참석자들과 환담했고, 방명록에 “넉넉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한시름 털고 갑니다”라고 적었다.

청와대는 당초 이날 라운딩하는 모습을 청와대측 전속 사진사가 찍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비판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설명 없이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은 “최근 경기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운영에 대한 불안감, 북한 핵문제 같은 대외적인 특수여건의 발생, 경제정책의 혼선 등에 따른 심리적 위축”이라며 “골프를 쳐서 소비 진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또 하나의 ‘쇼’로 국민을 혼란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