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청와대, 방송장악 집념 病的 수준"

  • 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53분


코멘트
청와대는 2일 정연주(鄭淵珠) KBS 사장 인선과정에 청와대가 또다시 개입했다는 지명관(池明觀) KBS 이사장의 발언(본보 2일자 A1면 보도)에 대해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공식 대응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지 이사장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누가 그랬다는 것인지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는데, 지 이사장의 말만 갖고 기사를 쓸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수석은 또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을 선출한 뒤 내가 지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사람을 뽑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동구(徐東九) 전 사장이 청와대의 개입 논란으로 사퇴한 뒤 KBS 이사회에서 다시 사장을 제청하는 과정에서 지 이사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일본으로 치료를 받으러 간 일이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이사회를 열어 사장을 제청해준 데 대해 “몸도 편찮으신데 제청해주셔서 고맙다”는 감사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의 임기가 1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사진이 새로 구성되고 나서 정식 임기가 시작되는 사장을 제청하는 게 좋겠다”며 사장 선출을 미루려 한 데 대해 “그에 구애받지 말고 사장을 제청해 달라”는 입장을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사장의 잔여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미 한 차례 사퇴 소동이 빚어지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명까지 해야 했던 ‘KBS 사장’ 자리를 계속 공백상태로 남겨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일 정연주 KBS 신임사장 인선과정에 청와대가 또다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의 방송장악 집념이 가히 병적 수준”이라며 비난했다.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 고흥길(高興吉) 간사는 “만일 지명관 이사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비서진이 개입을 했더라도 궁극적으로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명하고 비서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5월 말로 예정된 정 사장의 재신임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홍희곤(洪喜坤) 부대변인은 “청와대의 방송장악 도구임이 판명된 정 사장은 재신임에서 당연히 탈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