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총리 “통합브리핑룸 재검토” 홍보처에 지시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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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高建) 국무총리는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외교통상부 건물)에 정부 부처 통합브리핑룸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국정홍보처에 지시했다.

고 총리는 이날 조영동(趙永東) 홍보처장에게 “개방적 취재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선행돼야 할 것은 행정정보의 공개를 확대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통합브리핑룸을 별관에 설치해 기자들의 취재 송고 여건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취재를 제한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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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조 홍보처장은 14일 고 총리에게 통합브리핑룸 설치 계획을 조정해 보고할 예정이다. 김덕봉(金德奉)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은 13일 “국정홍보처가 통합기자실을 정부중앙청사 별관이 아닌 본관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서 총리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다만 통합브리핑룸을 설치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시스템 개편에 대한 고 총리의 재검토 지시는 여러 가지 추측과 분석을 낳고 있지만 일단 청와대와 국정홍보처가 주도하고 있는 언론정책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 총리는 정부의 ‘기자실 개선 및 정례브리핑제 도입안’ 발표 전인 지난달 20일에도 조 홍보처장에게 “언론 취재 보장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 등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사전에 보장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고 총리가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도 내각에서 수시로 고 총리와는 다른 말을 하는 등 ‘책임총리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고 총리는 ‘총리실은 각종 국무를 조정하는 만큼 전용 브리핑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조 홍보처장으로부터도 “브리핑룸은 정부중앙청사 본관에 두겠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11일 언론 보도를 통해 브리핑룸을 청사 별관에 설치한다는 것을 알고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고 총리는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과 조 홍보처장을 즉각 호출했으나 두 사람 모두 지방 출장중이어서 대신 박용수(朴龍洙) 정부청사관리소장 등을 불러 상황 파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고 총리가 “경제상황을 감안해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이 “개혁에는 속도 조절이 없다”고 공언해 고 총리의 심기가 불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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