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측근 안희정 염동연씨에 2억원-5천만원씩 줬다”

  • 입력 2003년 4월 5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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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종금 로비의혹과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에게 돈 준 사실을 전면 부인해온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金浩準·구속) 전 보성그룹 회장측이 안씨와 염씨에게 2억원과 5000만원을 각각 전달했다고 4일 시인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안씨가 오아시스워터라는 생수회사를 차린 뒤 어려움을 겪자 2억원 정도를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의 동생이 99년 6월 안씨에게 2억원을 줬으며 영수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의 동생은 ‘후배인 안씨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취지로 김 전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며 김 전 회장이 자금 관리인이자 그룹 계열사 L사 자금담당 이사였던 최모씨에게 돈 전달을 지시했다고 이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또 “2개월 뒤에는 뇌물 사건으로 구속됐던 염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취직을 부탁해와 김 전 회장이 용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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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지난해 대선 때는 안씨와 염씨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김 전 회장이 자금 전달 사실을 부인했다”며 “김 전 회장이 최근 검찰에 소환돼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의 부실 또는 축소 은폐 수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이 재조사에서 “(로비 사실에 관해) 말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보성그룹 자금담당 유모 부회장도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는 등 새로운 진술이나 물증이 없어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민유태(閔有台) 서울지검 외사부장은 4일 “지난해 김 전 회장이 돈을 줬다는 진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수사팀도 이날 “김 전 회장에게서 안씨와 염씨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안씨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는지 모르겠지만 염씨에게는 용돈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4일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나라종금 대주주였던 김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 최씨와 김 전 회장의 가족 등 5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은 안씨와 염씨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추가로 출금 조치할 방침이며, 중국에 체류하다 최근 귀국한 최씨도 참고인 자격으로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안씨와 염씨에 대한 수사 이후 나라종금이 퇴출 저지를 위해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97년 12월 부실경영으로 영업이 정지된 나라종금은 98년 5월 영업이 재개됐으며 2000년 5월 결국 퇴출됐다.

한편 본보 취재팀은 김 전 회장 변호인의 발언에 대한 안씨와 염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오후 이들의 집과 휴대전화에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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