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보다 차라리 2급을…” 행자부간부 1급사표 충격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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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진급은 다음 기회에….’

1급 이하 인사를 앞두고 있는 행정자치부 2급 간부들 사이에 ‘1급 진급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에게도 진급은 직장생활의 1차 목표 중 하나다. 인사철마다 진급을 둘러싸고 로비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공무원들의 진급에 대한 강한 ‘애착’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1급 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낸 행자부 내 2급 간부들은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2급과는 달리 1급은 정무직으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히려 1급 진급을 꺼리고 있다.

행자부 간부 A씨(2급)는 “1급 이하 인사를 앞두고 일부 국장들이 1급 승진 제의를 거절했다”며 “예전 같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1급 자리인 광역자치단체의 일부 행정 부단체장들도 당연히 1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데도 직무대리 형식으로 2급을 유지하고 있다.

행자부 간부 B씨(2급)는 “1급 간부들이 일제히 사표를 내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내년에도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1급으로 승진해 언제 사표를 내게 될까하는 불안한 생활을 하기보다는 직위는 낮지만 안정된 2급으로 지내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특히 1급 진급 기피현상은 1급 인사를 로또복권에 비유하며 “1급이면 할 만큼 했다”는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보좌관의 발언 이후 다른 부처들로 퍼져나가고 있다.

행자부 간부 C씨는 “뚜렷한 기준없이 1급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퇴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1급 기피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공직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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