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이 국정토론회서 밝힌 개혁방향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44분


코멘트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의 국정토론이 시작되기 직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언론 재벌 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의 국정토론이 시작되기 직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언론 재벌 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7일 장관급 인사 및 대통령수석비관과의 국정토론회에서 새 정부의 개혁방향을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방침을 특히 강조했으며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정부개혁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조직”이라며 “그런 조직이 서열주의 문화를 유지시켜 달라고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국민이 판단해 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검찰개혁 의지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검찰에 의지하려면 검찰에 특별한 권력을 줘야 하고 그러면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검찰을 아무도 견제할 수 없으며 특권이 만들어지고 폐해가 말할 수 없이 많아지게 된다”고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에 신세를 지지 않고 정권을 5년간 당당하게 이어가 보고 싶다”며 부당하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을 이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손을 떼고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환골탈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국정원으로부터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보고를 일절 받지 않겠다”면서 “국정원은 남북대화와 국제관계 등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분야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노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체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엔 자신이 직접 나서 정치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은 정당개혁과 정치자금 개혁 등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 국민 참여 정치를 이룩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자율적으로 개혁해 나가기를 바라면서 기다리고 (내가) 손을 떼고 있지만 정치개혁이 완전히 좌절됐다고 생각하면 당원들에게 간곡히 호소하고 국민에게도 직접 나설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개혁=정부개혁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노무현식 정부 개혁은 효율적인 정부가 목표”라며 “자르고 폐지하고 통합하고 하는 조직개편은 일거에 하지 않고 1∼2년 충분히 연구해서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끔 언론에서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는데 나는 작은 정부를 공약한 적이 없다”면서 “조직개편에는 저항이 항상 따르고 대단한 갈등 비용을 낳기 때문에 무리하게 하지는 않겠다”며 점진적인 조직개편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공무원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효율적이고 꼭 필요한지 분석하고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행정개혁을 위한 공무원의 역할을 역설했다. 그는 또 “새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등 각종 프로젝트에 투입해 유능한 공무원이 조직에서 퇴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관료사회를 달래기도 했다.

▽재벌 개혁=노 대통령은 앞으로는 ‘재벌개혁’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특정집단을 계속 겨냥하고 공격하는 느낌을 주는 표현은 좋지 않고, 재벌개혁도 결국은 시장개혁의 한 부분인만큼 ‘시장개혁’으로 부르는 게 적절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분야의 개혁에 있어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5년 동안 쉬지 않고 확고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시장개혁을 외치면 불안감을 줄 수 있어 적절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그러나 몰아치기 식으로 하는 대신에 이것은 피할 수 없구나 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바짝 끈을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게임의 규칙을 존중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자세가 있어야만 세계화 시장질서 속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경쟁력 강화 전략의 양적 부분으로서 동북아 시대는 베트남 특수, 중동 특수의 수준을 넘어서는 시장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말해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을 강력히 추진할 뜻을 밝혔다.

▽언론개혁=노 대통령은 언론개혁은 언론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밝히면서, 정부는 언론과의 유착이나 타협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언론과 약간의 긴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나는 지난 10여년 동안 일부 언론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왔고 이 때문에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된 것도 언론과의 긴장관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실수나 결함이 있겠지만 이 점에 대해 적당하게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적당하게 편하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넘어가지 말라. 가판신문을 보고 빼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하지 않으면 공직사회도 투명해질 것이다”면서 “그 대신 (언론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면 꼭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