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주당 의원총회 왜 엿듣나" 의원들 발끈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44분


“청와대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의원총회 내용도 체크하나?”

당 개혁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하는 이 모 행정관이 참관, 발언 내용을 듣고 간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6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선대위와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청와대에 들어간 이씨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총장에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 장면을 지켜봤다.

비공개 의총 때는 의원 보좌진이나 기자들은 모두 퇴장하고 원내총무실 정책연구위원 몇 명만 배석하는 게 관례. 그러나 이씨는 “청와대에서 근무한다. 잠깐 듣고 가겠다”면서 의총장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원내총무실 등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이 정부 기관 정보수집 활동을 하지 않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한 마당에 청와대 관계자가 의원들의 비공개 토론장까지 들어온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당시 청와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청와대 관계자가 의총장에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겠느냐. 청와대와 당은 엄연히 분리돼 있지 않느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이에 대해 “다른 일로 국회에 갔다가 의총이 열린다기에 개인적으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듣고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면서 “당 개혁안에 대한 토론이 있을 것으로 알았는데 북핵 문제와 대북 비밀송금 문제만 얘기하기에 중간에 나왔다”고 해명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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