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BC 북한르포]凍土의 땅… 對美 적개심 활활

  • 입력 2003년 2월 1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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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겨울은 얼어붙었지만 미국에 대한 적의(敵意)는 활활 타올랐다.’

영국 BBC방송이 12일 소개한 북한의 현재 분위기다. 평양과 판문점 등지를 둘러보고 귀국한 이 방송의 마이크 톰슨 기자는 북한의 전력사정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소개한 르포기사를 게재했다. 다음은 요약.

평양의 지하대피소는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바깥세상의 삶은 점차 차갑고 불편하게 멈춰가고 있다.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대부분의 지역에 난방 조명 설비가 없고 식량도 부족해 말 그대로 얼어붙고 있다.

북한 전기석탄공업성 김재록 국장은 힘든 정도가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고층건물 주민들을 위해 물을 끌어올릴 전기도 부족하고 때때로 승강기를 움직이지 못해 40층 이상을 걸어 올라가기도 한다. 김 국장은 미국이 1994년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이 같은 전력난을 불러왔다고 비난하고 “작년 말까지 25만5000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강조했다.

공습 대피와 등화관제 훈련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됐다. 판문점에서 만난 이군철 소령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킨다면 우리는 전혀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미국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양의 한 신문은 ‘미국의 북한 침공계획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령은 “북한 신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양 남쪽 한국전 기념관에는 미군의 잔학상을 고발하는 관람코스가 있다. 미군들이 70세 노인의 손톱 발톱을 뽑아내고 대검으로 살해했다고 안내원은 주장했다.

이 소령은 “우리는 지금 적의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북한 전역을 요새로 만들려고 한다. 군인뿐만 아니라 모든 북한 주민들이 완전무장, 전쟁할 태세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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