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갈등 …"학교 서열화 막자" "학력 저하 부작용"

  • 입력 2003년 1월 23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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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대선에서 고교 평준화 제도를 유지 보완하겠다는 교육공약을 발표한 가운데 비평준화 지역의 주민들이 평준화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평준화 지역에서는 학력저하 등을 들어 거꾸로 평준화를 해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평준화 도입 요구 봇물=전남도교육청이 최근 목포 여수 순천 등 3개시의 주민을 상대로 평준화제도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3개 지역 모두 찬성 비율이 3분의 2를 넘어 도교육청이 도입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경북 안동 지역 중등교사 400명에 이어 20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안동지회도 성명을 내고 성적위주의 고입경쟁 등으로 교육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교 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 광명YMCA가 최근 중1∼고1 학생 2000여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65%가 평준화 제도에 찬성함에 따라 YMCA, 경실련 등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평준화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경기 의정부 역시 교육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고교 평준화 도입을 위한 시민모임’이 결성된 상태.

▽“평준화로 학력저하”=지난해 12월 열린 ‘인천교육발전 방향에 관한 세미나’에서는 인천의 고교 평준화 제도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부 발표자들이 “인천지역 중고교생의 학력저하로 명문대 진학률이 낮아졌다”며 고교 평준화 해제를 주장하자 학부모 단체 대표가 “고입경쟁과 사교육비만 늘어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평준화 해제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는 현행 제도 유지, 교사는 해제 의견이 조금 더 많아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목포와 여수, 순천지역 역시 평준화 도입 움직임에 대한 일부 학부모와 동문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목포고 여수고 동문회와 순천지역교육발전협의회 등은 “평준화를 실시하면 우수 학생이비평준화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등 인재 유출이 우려된다”며 “평준화 도입 저지를 위한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밖에 강원 춘천과 원주 등 대부분의 비평준화 지역에서도 평준화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교육 질적 개선이 중요=현재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울산 등 특별시와 광역시, 경기 수원 성남 안양, 전북 전주 익산 군산 등 전국 23개 지역이 고교 평준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평준화 찬성론자들은 “평준화를 해제하면 학교서열화로 중학생까지 입시경쟁을 해야 하는 등 학교 교육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평준화 반대론자들은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 평준화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흥주(金興柱) 박사는 “평준화 해제나 도입은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자립형 사립고, 특성화고 도입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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