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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2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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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이날 쌍방의 입장을 대외에 알리자며 당초 비공개로 하기로 했던 전체회의를 공개적으로 하자고 기습적으로 제의해 남측 대표단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김영성(金靈成) 북측 단장은 “자 이제 회의를 시작합시다”라는 정세현(丁世鉉) 남측 수석대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개회의를 전격 제안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마지막 장관급회담이고 2003년 새해 들어 처음 하는 북남회담에 대한 민족의 기대와 관심이 큰 만큼 첫 회의는 쌍방의 입장을 알리는 차원에서 공개하자는 것이었다.
많은 취재기자들 앞에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당초의 비공개 약속을 뒤집자 남측 정세현 대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관례대로 하자. 기자들도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이다. 옆에 사람들이 있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라며 비공개 회의를 고집했다. 정 수석대표의 표정이 굳어지자 김 단장은 “정 선생 뜻이 그렇다면 비공개회의로 합시다”라며 제의를 거둬들였다.
북측은 전체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 밖에 있던 남측 기자들에게 A4용지 10장 분량의 북측 단장 기조발언문 전문을 건네기도 했다.
북측의 기습적 공개회의 제안은 북한 핵문제가 본격화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민족 공조’의 당위성을 맘껏 부각시키고 남측의 핵문제 거론 수위를 낮추기 위한 선제카드였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와 김 단장은 이에 앞서 각기 날씨와 숫자 ‘3’을 빗대어 이번 회담이 성과있게 끝나기를 기원했다. 정 대표는 전체회의에서 “어제 보니 한강이 꽝꽝 얼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녹기 시작했다”고 운을 뗀 뒤 “회담이 잘 되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북측 김 단장이 “토의를 잘해 겨레에 기쁨을 두루 안기도록 하자”고 입을 열자 다시 한번 “겨레의 기쁨도 좋지만 세계 속에 살고 있으니까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풀릴 수 있도록 강물의 얼음이 녹듯이 잘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숫자 ‘3’을 이용해 장황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 조상들은 ‘석 삼(3)’을 길수(吉數)로 여겼다. 세상 구성요소도 천 지 인 3요소다. 시간의 흐름도 과거 현재 미래다. 인생도 전생 현생 후생, 절을 해도 3번, 만세도 삼창을 선호했다. 단군 탄생일도 3일이다….”
김 단장은 이어 “9차 회담의 숫자 9도 삼이 서이(세 번) 합한 것이라 이모저모로 길수가 많다”고 덧붙였다.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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