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민주당 살생부 파문확산…"인터넷版 문화혁명이냐"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58분


‘살생부’가 언론에 보도된 17일 민주당은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당내 갈등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작성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파장이 확대되자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당내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는 낭설을 유포한 당사자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당내 인사나 당원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작성자 추적을 통해 만일 당내 인물로 드러날 경우 엄중히 조치할 것이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역적’으로 분류된 유용태(劉容泰) 의원은 “일부 사례를 보면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며 “수사를 의뢰해 진상을 밝히도록 당 지도부에 촉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윤수(李允洙) 의원도 “많은 의원들이 흥분하고 있다”며 “그냥 놔둬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등 공신’으로 분류된 정범구(鄭範九) 의원은 “조선시대도 아닌데 정치 개혁하자는 이때에 도대체 살생부란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흥분했다. ‘2등 공신’인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북핵 문제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은 시기인데 이런 때일수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 주변 사람들이 신중해야 한다”며 “개혁과 인신 공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1등 공신’으로 분류된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누군가 당내 교란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닌가 본다”며 파장의 확대를 경계했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나는 1등 공신이 될 만큼 했는데 왜 3등 공신이냐”며 자신의 공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빛이 되어’라는 필명으로 노 당선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살생부를 올린 사람의 신원을 밝혀냈으나 파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당직자들은 모두들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노 당선자측은 이날 ‘인수위 브리핑’자료를 통해 “노 당선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글은 노 당선자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일부 언론이 문건의 정확한 출처와 신빙성을 따지지 않고 의원 이름은 물론이고 ‘역적’ 등의 표현까지 전재한 것은 무책임한 보도 태도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살생부 파문이 야당을 향한 정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여당 내부에서 공신이니 역적이니 하면서 보복정치를 하는 것은 정계 개편의 서곡”이라며 “야당에 대해선 더 큰 보복의 칼날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인에 대한 심판을 선거가 아닌 여론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문화혁명 방식이다. 지지세력의 무분별한 요구와 국정 개입은 노 당선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며 노 당선자의 ‘선(先) 측근 정리’를 요구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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