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씨 '4000억 발언' 속내]盧 취임전 政局풀기 나서나

  • 입력 2003년 1월 16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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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6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대북 4000억원 비밀지원 의혹에 대해 특검제 실시를 요구했다.-서영수기자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의 ‘4000억원 대북지원설’ 관련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던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문 내정자가 무슨 의도에서 그 말을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내정자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7대 의혹 등 정치현안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는 도중에 우연히 나온 말이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선 민주당 내에서는 “민감한 시기에 왜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질책성 반응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할 말을 한 것 아니냐. 통치행위 운운은 가정해서 한 말이고, 현 정권 임기 내에 털어야 한다는 얘기는 맞는 말 아니냐”는 옹호도 적지 않다.

문 내정자도 16일 “내가 하지 못할 말을 하는 것 봤나”라고 말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도 “의혹이 있으면 풀고, 털 게 있으면 터는 게 맞지”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16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서영수기자

결국 문 내정자의 발언은 현 정권과 한나라당을 향한 다목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 정권을 향해서는 “새정부 출범 전에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라. 만에 하나 당신들이 개입됐다면 고백하고 끝내 달라”는 주문이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우리(차기 정권)는 그것과 관련이 없으며, 우리도 새정부 출범 전에 반드시 매듭짓고 싶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던졌다는 것이다.

꼬인 정국을 푼다는 차원에서 새정부 출범 전에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나 특검제를 전격 수용할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차기 비서실장에게 공개적으로 부여한 역할이 여야간 정국을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문 내정자의 발언은 그 첫 단추를 꿰는 것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통치행위였다면 덮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발끈한 반면, 새정부 출범 전에 털고 가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특검제나 국정조사를 빨리 도입해 매듭짓자”고 맞장구를 쳤다. 문 내정자가 의도를 갖고 한 발언이라면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두고 있는 셈이다.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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