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14일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가 전날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만났을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한미일 공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는 발표를 사실상 철회했다. 이는 이낙연(李洛淵) 당선자대변인이 “한나라당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발표했다”고 비난한 직후였다.
이 대변인은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은 ‘일본에서 노 당선자 지지자 중 많은 이들이 반미감정을 갖고 있어 걱정이라는 보도를 보고 걱정했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나 본 후 안심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날 때 동석했던 주한 일본대사관의 한 관계자도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은 언론보도를 인용한 것이지 본인의 생각이 아니다”며 이 대변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모리 전 총리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 대표와 만난 것은 13일 오후 2시45분부터 30여분간. 노 당선자를 예방하기 직전이었다.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은 만약 사실이라면 전직 총리로서 외교관례에 어긋난 발언을 한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번 해프닝은 통역자가 한 말을 받아적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내가 한 메모에는 ‘일본 언론에 그렇게 보도되고 있다’는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본대사관 관계자들과 통화해보니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는 설명이어서 우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모리 전 총리가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통해 한나라당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는 노 당선자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항의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측도 “한나라당에 항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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