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대표, "개혁미명 당권 탈취 노리나" 鄭고문에 포문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36분


민주당 한화갑 대표(왼쪽)가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개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연합
민주당 한화갑 대표(왼쪽)가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개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연합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개혁을 당권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개혁추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는 전날 “상징적으로 한 대표만 물러나면 (지도부 교체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을 겨냥한 말이다.

한 대표는 7일 개혁특위 워크숍에서 일부 의원들이 2단계 전당대회론을 주장하면서 “현 지도부 거취에 따라서는 1차 전당대회는 생략하고 당무회의에서 임시 개혁지도부를 구성하고 개혁안만 통과시킬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을 자신에 대한 즉각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대표의 이 발언은 개혁파가 당 개혁을 명분삼아 당권을 접수하려고 한다는 구주류측의 공통된 의구심과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 2단계 전대론에 대해 박양수(朴洋洙) 의원 등 구주류측은 “현 지도부를 밀어낸 다음 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창당하려는 수순이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시기는 당에서 결정할 일이다”고 강조한 것은 2단계 전대론에 대한 거부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개혁파인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국민 요구에 맞게 우선 당내 개혁을 이룬 다음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국민통합적 개혁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새 정부 출범 전에 둘 다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2단계 전대론을 주장한 것”이라며 “당권 장악을 위해 계획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대표 개인에 대한 호·불호 차원은 아니지만 대선 과정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 지도부 전체가 개혁정신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현 지도부 사퇴 입장을 재차 강조해 신·구 주류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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