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악의 축' 연두교서 부시가 직접 써넣어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29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지목한 연두교서의 초고에는 북한이 없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직접 원고에 북한을 집어넣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시 연설원고 작성자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에게 건넨 초고에는 대량파괴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악의 축’ 국가로 이라크, 이란만 거론됐을 뿐 북한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연두교서 발표 2, 3일 전 북한이 ‘악의 축’ 국가에 포함된 원고를 발견한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깜짝 놀라 실무진 차원에서 강력한 반대 의견을 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을 봉쇄할 의도는 없었으며 교섭을 우선시했다”면서 “연두교서 발표 뒤 북한과의 교섭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은 올해 8월20일 미 텍사스주의 별장에서 워싱턴 포스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해 “속이 뒤틀린다”며 강한 혐오감을 표현한 바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북한이 ‘악의 축’ 국가에 포함된 이유와 관련해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을 지낸 조지 워싱턴대학 헨리 나우 교수는 ‘지정학적 전략’ 때문이라고 풀이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와 이란은 모두 중동국가, 그것도 이슬람 국가에 해당해 아시아의 비이슬람 국가인 북한을 끼워 넣었다는 것. 이는 9·11테러를 계기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자칫 기독교 사회 대 이슬람교 사회라는 ‘문명의 충돌’로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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