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 TV합동토론 쟁점]李 “시장자율” 盧 “개혁지속”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31분


10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간 경제 과학분야 TV합동토론에서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각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와 재벌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문제도 핫 이슈가 될 전망이다.

▽경제정책 기조〓이 후보측은 노 후보 공약의 급진성과 허구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겠다는 태세다. 이 후보는 특히 노 후보의 ‘연 경제성장률 7%’ 공약이 현실성 없는 공약(空約)이라고 공격할 방침이다. 어떻게 동북아 특수와 노사화합 등이 고성장의 근거가 될 수 있으며 성장과 복지를 병행할 수 있는지를 따지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9일 전현직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노 후보측은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성장이 가능하며, 성장이 있어야 분배와 복지도 가능하다”는 ‘순환 논리’를 통해 기업인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중산층과 서민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또 남북관계 안정에 따른 동북아 특수, 노사대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통한 생산성 증대 등으로 성장률 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어 설전이 예상된다.

권 후보는 한나라당의 ‘재벌위주 성장론’과 민주당의 ‘장밋빛 고성장론’을 모두 비판하면서 분배를 통한 성장론과 노동자의 소유경영참여론을 적극 주장할 계획이다.

▽재벌정책〓한나라당은 “노 후보의 소액주주 집단소송제 도입, 은행소유지분한도 4% 제한, 출자총액제한 유지 같은 공약들은 자유시장경제와 21세기 글로벌 스탠더드에 정면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특히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간의 ‘노-정 공조’를 겨냥해 현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9일 서울역에서 입영 장정과 친구들을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시장질서 확립과 투명한 기업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재벌개혁은 지속돼야 한다는 기조 아래 “소액주주 집단소송제 도입, 출자총액제한제 유지 등을 반대하는 이 후보는 친재벌적이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재벌정책에 관해 노 후보와 정 대표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다.

권 후보는 대기업은 육성하되 재벌은 해체해야 한다는 논리를 설명할 계획이다. 민노당 선대위 김종철(金鍾哲) 대변인은 “이, 노 후보 사이에는 실개천이 흐르지만, 두 후보와 권 후보 사이에는 강물이 흐른다”는 말로 두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행정수도 이전〓한나라당은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정면으로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이한구(李漢久) 정책공약위 부위원장은 “수도 이전에 대한 국가재정 악화 대책, 수도 이전의 국민적 합의 문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급락 대책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대전 둔산지구 개발비용과 대전청사 건축비는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을 때 1조8000억원이 소요됐으며 이를 감안할 때 예비비까지 포함해서 6조원 정도면 행정수도를 건설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이 허튼 공약이 아니라는 것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세후보 토론준비 몰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는 2차 TV합동토론을 하루 앞둔 9일 유세 일정을 잠시 미뤄둔 채 토론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한 뒤 오후부터 당사 스튜디오에서 당직자들을 경쟁후보 대역으로 참여시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리허설을 했다. 이 후보는 경제분야 식견과 비전을 집중 부각시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실의 한 관계자는 “경제분야에서 이 후보는 노 후보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며 “특히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거시적인 부분을 언급하고 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토론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후보는 이날 서울역 입영열차 환송 등 공식 일정 3개를 소화한 뒤 TV합동토론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는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리허설 없이 자료 점검 등 내용 준비에 치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후보는 분배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추구하는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정적인 경제성장 방안을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민주당 김한길 미디어선거특별본부장은 “노 후보는 답변시간 안에 자신의 경제관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후보도 이날 하루를 토론 준비에 할애했다. 권 후보는 특히 경제분야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부유세 신설과 노동자의 경영참여, 재벌해체 등 진보적 공약을 가다듬었다. 특히 자신의 ‘친 노동자’, ‘친 서민’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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