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신문에 안난 대통령 일거수 일투족 사진집 출간

  • 입력 2002년 12월 9일 15시 29분


사진장비 박스에 발을 올린 대통령, 핀잔을 주고받는 대통령 부처, 몇 달 사이에 백발로 변하는 대통령….

‘공식적’인 모습 뒤에 숨은, 대통령의 색다른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 나왔다. 김녕만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상명대 사진학과 겸임교수)이 내놓은 사진 산문집 ‘대통령이 뭐길래’(사진예술사). 만 5년 동안 일간지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를 지낸 사진전문가가 일상속 대통령 부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잡아냈다.

이 책은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것이 노출되는 듯 보이는 대통령에게도 ‘개인’으로서의 순간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엄숙한 사관학교 졸업식장. ‘국기에 대한 경례’ 순서가 되어 내빈이 모두 일어났는데 당시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잠깐 딴 생각을 한 것일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한마디하자 그때서야 일어난다. 자리에 앉은 뒤 또 다시 한마디. 두 사람의 얼굴이 바윗돌처럼 굳어진다. 두 마디 ‘말씀’은 무엇이었을까. 먼 데서 망원렌즈를 겨누는 사진기자에게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카메라가 잡은 몇 컷의 생생한 얼굴 표정만이 많은 얘기를 들려줄 뿐.

또 다른 사진, ‘지엄하신’ 대통령 머리에 누가 손을 갖다댔을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연설하기에 앞서 옆에서 머리 모양을 매만져주고 있는 것일 뿐. 아래를 내려다보면 알루미늄 장비박스에 양발을 올렸다. 국민들의 눈에 ‘박스’는 잡히지 않는다. 덕분에 상하좌우 밸런스가 단정하게 잡힌 대통령의 모습만을 대할 뿐이다.

‘지금이 제왕시대인가’ 싶은 사진도 여럿 눈에 띈다. 대통령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꺾은 인물, 대통령 부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측근 사진은 소방관이 대통령 옆에서 허리에 손을 대고 선 미국 뉴욕의 9·11 관련사진과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며 ‘권력과 시민의 평등’에 대한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펴낸 김녕만씨는 “모든 것이 통제된 상황에서 인간적 모습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대통령의 또 다른 일면을 포착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특정 대통령 시대에 청와대를 출입했기 때문에 대통령 중 한 사람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이 담겼지만, 어떤 개인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사진으로 읽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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