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회창]박우동/원칙 지키는 부드러운 사람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8시 38분


사람들은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인상이 매몰차고 날카롭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인으로서는 자격미달일지 모른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달리 그는 절대 찬 사람이 아니다. 법관 생활을 오래 한 탓으로 준엄한 인상을 풀기가 쉽지 않은지는 모르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부드럽고 인정이 많다.

나는 이 후보의 인간적인 성격보다 청렴성, 도덕성, 정직성을 평가하고 싶다. 반대세력은 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온갖 술수를 썼지만 냄새나는 그 아무것도 캐내지 못했다.

그가 총리를 그만두고 나와 함께 법무법인을 만드는 문제를 논의하던 중 “사건 수임료 등에 대한 세무처리는 원칙대로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긴장했다. 사업을 하면서 세금 신고를 정직하게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 자체도 우리 사회에서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 후보를 반(反)서민적인 인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도대체 그가 어떤 일을 했다고 그런 고약한 인물이 되어야 하나.

그는 오히려 서민층을 비롯한 일반 대중을 각별히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대법관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그가 판결을 통해 근로자의 지위와 권익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줬음을 자신 있게 증언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후보가 정치판에 뛰어든 것을 애석하게 생각했다. 거짓말과 음해가 난무하는 풍토에서 어떻게 견디고 헤쳐나가려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는 흙탕물에서 몸부림치고 있지만 결국 추악한 정치풍토를 개혁하여 살맛 나는 세상을 만나게 해 줄 것으로 믿게 되었다.

박우동 (朴禹東·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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