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분권型 개헌 흥정대상 아니다”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8시 28분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한 뒤 25일 가족들과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던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사진) 대표가 27일 오후 늦게 상경했다.

정 대표는 26일 부인 김영명(金寧明)씨의 손을 붙잡고 설악산 비룡폭포에 올라 “야호”하는 구호 대신 “야” “으악” 등 여러 차례 고함을 지르며 낙마(落馬)에 따른 충격을 달래기도 했다. 이어 강릉 경포대를 찾은 그는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랑 폭탄주 20잔은 마셔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폭탄주를 10잔 남짓 마신 후 말없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그는 27일 오전 경포대 백사장을 1시간 가량 걷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음에는 잘 도와달라”며 17대 대선 출마 의지도 내비쳤다.

-마음은 정리됐나.

“26일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기자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니 다시 (마음이) 좀 그렇다.”(웃음)

-통합21 자원봉사자들이 여론조사 무효를 주장하며 당사에서 농성 중인데….

“알고 있다. 착잡할 뿐이다.”

-이들은 협상 실패를 지적하더라. 용인술(用人術)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나는 당 후보였고 지금도 당 대표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이 민주당과의 정책 공조 중 핵심 쟁점이라고 보면 되나.

“그렇게 보면 된다. 유연한 정부가 되려면 사람들이 대통령의 존재를 모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를 서비스 산업이라고 비유한다면 국민이라는 고객에게 위압적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민주당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길 기대하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내가 다음 정권에서 국무총리 하려고 이를 주장했다고 하던데, 그것은 사람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총리하고 싶었다면 내가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었겠나.”

-한나라당이 ‘나눠 먹기’라고 비난하고 민주당은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반대하는 사람이 ‘나눠 먹기’라는 표현을 쓸 것이다. 물론 나눠먹기가 혼자 먹기보다는 좋은 의미겠지. 혼자서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28일 노 후보와의 회동 전에는 선대위원장을 맡을지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것 아니냐.

“당직자들과 논의하겠다.”

-다른 정파와의 연대는 계속 추진하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통합21의 운명은 어떻게 되나.

“우리 당은 역사상 가장 슬림한 정당이다. 잘 될 것이다.”

-오늘(27일) 후보 등록일인데 노 후보에게 격려 전화할 예정인가.

“보좌진들이 하라면 할 수도 있다.”

강릉〓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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