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조용히 사라지는 것도 괜찮을듯"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9분


대선구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보수-진보 대결로 재편됨에 따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 최근까지 두 후보와 공개적으로 등을 져온 JP로서는 설 땅이 없어진 셈이다.

JP는 23일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와 원내교섭단체 구성 및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의원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하루 만에 후단협이 교섭단체에서 발을 뺀 데다 정 의원도 단일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해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린 것이다. 한 의원은 “JP가 이제 판단력도 흐려진 모양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민련 내에서는 한나라당행 외에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대선이 보혁구도로 정리된 마당에 보수원조를 자처하는 JP가 역사적 정치적 책임의식이 있다면 누굴 지지할지는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국구인 김종호(金宗鎬) 안대륜(安大崙) 의원도 “남은 길은 한나라당뿐이다”며 JP를 압박하고 있다.그러나 한나라당은 JP를 우군화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JP가 먼저 이 후보를 지지하면 대선 후 일정한 예우는 해줄 수 있다”며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JP는 이제 ‘한나라당에 고개를 숙이느냐, 고립무원으로 남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한편 JP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마음에 드는 대통령감이 한 명도 없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며 “애당초 자서전을 쓸 생각이었는데 연기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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