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단일화협상 표정]"87년 YS-DJ 단일화 못이뤄 아쉬워"

  • 입력 2002년 11월 16일 01시 05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왼쪽)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15일 밤 국회 귀빈식당에서 후보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박경모기자 momo@donga.com
민주당 노무현 후보(왼쪽)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15일 밤 국회 귀빈식당에서 후보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박경모기자 momo@donga.com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첫 회담이 이뤄진 15일 두 후보와 양당은 모두 긴장 속에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노 후보는 이날 밤 10시25분에, 정 후보는 6분 뒤인 10시 31분에 회담장인 국회 귀빈식당에 도착했다.

▽정 후보〓오늘 오후 한국교총 초청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노 후보〓잘 했습니다.

▽정〓요즘 부산에서 (노 후보) 지지율 많이 올랐다면서요. 87년 김영삼(金泳三)-김대중(金大中)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할 때 기자들이 다 나갔는 줄 알았는데 한 명이 (협상장에) 남아 책상 밑에서 받아 적었다고 합니다.

▽노〓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때 참 어려웠습니다.

▽정〓(그때 단일화가 됐으면) 역사가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노〓그랬다면 나도 고생 덜 했었을 텐데…. (이렇게 기자들이 많이 모인 것도) 후보단일화가 국민의 뜻이라는 것으로 봐야겠죠.

▽정〓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든 것은 처음 봅니다.

▽노〓88년에 (우리) 만난 적이 있죠.

▽정〓울산 심완구 전 의원과 함께 오전에 만난 적이 있죠.

▽노〓이렇게 단 둘이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정 후보는 기자들이 “오늘 잘 되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자 “잘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웃었다. 이에 노 후보는 “(합의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얘기해야죠”라고 화답한 뒤 다시 “(정 후보의) 오늘 교총 연설은 명연설이었다. 이회창 후보가 (듣기) 껄끄러웠을 것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기자들이 이어 “단일화 방식도 논의합니까”라고 묻자 정 후보는 “기자들이 하라면 해야지”라고 ‘건성’으로 대답한 반면 노 후보는 “방식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제약 없이 다 논의할 것”이라고 정색을 했다.

이날 회담장 주변에는 취재진 150여명과 양당 관계자 100여명이 몰려 큰 관심을 나타냈다.

○…노 후보는 이에 앞서 오후 9시부터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선대위 본부장단과 회담전략을 놓고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20여명의 간부들은 △정 후보의 화법 △정 후보측의 예상 전술 등에 대해 노 후보에게 상세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의원은 “정 후보는 대화 도중 엉뚱한 얘기를 꺼내 상대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사오정 화법’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즉답을 피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노 후보는 1시간 가량 이들의 조언을 듣고는 “내 생각도 여러분과 다르지 않다. 잘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후보는 회의 내내 다소 무거운 표정이었다. 한 참석자는 “후보 회담을 수용했지만, 노 후보가 정작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시각 여의도 당사 앞에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30여명이 촛불을 들고 “힘내라. 노무현”을 외치며 격려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이날 한국교총토론회, 인천방송 토론회 등에 잇따라 참석하느라 노무현 후보와의 회담에 대해서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다. 회담 장소에 도착한 정후보는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참모들과 오늘 회담 ‘전략’을 구상한 게 전부였다”며 “후보단일화는 국민의 뜻인만큼 서로를 충분히 알아간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후보는 이날 각종 토론회에서 민주당과 노후보에 대한 공격을 일절 자제함으로써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짐작케 했다. 그는 회담 직전 참석한 인천방송 토론회에서 “노후보는 상고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치켜 세우기도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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