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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7일 2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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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15세 소녀를 뒤에서 조종한 것 같다.’(일본 방위청 장관)
13세 때 북한에 납치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橫田めぐみ)의 딸 김혜경양(15)이 25일 평양에서 가진 ‘눈물의 기자회견’이 2일 만에 일본 각료에 의해 ‘북한 당국의 선전’으로 간주되면서 북-일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양은 25일 저녁 민영방송인 후지TV가 방송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조선사람이기 때문에 일본에는 갈 수 없다”며 “어른들은 이곳에 올 수 있는데 왜 나더러 자꾸 일본으로 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양은 또 “나는 양복도 책도 맛나는 음식도 필요 없고 단지 원하는 것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북한에 오는 것”이라고 울먹여 일본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후지TV측은 이 인터뷰가 ‘북한의 선전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에 “북한에 정식으로 인터뷰를 신청했고 질문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5세 소녀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얘기들이 많았다”며 인터뷰에 북한 당국의 뜻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은 일시 귀국한 피랍생존자 5명의 북한 송환을 이미 거부했고, 역으로 김양 같은 북한내 잔류 가족들의 일본 영구귀국까지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김양을 이용해 이같은 흐름에 제동을 걸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 장관도 27일 일본 아사히TV의 토크쇼에 출연해 “여론을 움직일 목적으로 그는 최선을 다해 눈물을 흘리고 일본인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그렇게 많이 울었는데 그가 일본에 못 올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납북 문제를 조사해 온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자민당 의원도 “인터뷰 요청을 받은 북한 당국이 김양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당연히 지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의 외조부모도 처음엔 “그 애가 가엾다.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최근엔 “납치 배경에 대한 당국의 조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섰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바로잡습니다]
△10월 28일자 A13면 ‘납북 이은혜 딸 日 방송 회견’ 기사 중 ‘요코다 메구미’는 ‘북한명 이은혜’와 동일 인물이 아니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