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격려 방문 파출소 "지금 돈 건네면 안되는 데요…"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9시 11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파출소를 방문한 뒤 금일봉을 건넸다가 ‘대선 후보의 불법 기부행위’로 논란을 빚자 이를 돌려받는 소동이 빚어졌다.

노 후보는 21일 오후 2시반경 서울 양천경찰서 신정6파출소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노 후보는 이날 ‘경찰의 날’을 맞아 이강래(李康來) 조배숙(趙培淑) 이미경(李美卿) 문희상(文喜相)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들과 함께 양천경찰서를 방문해 타격대와 순찰대를 격려한 뒤 신정6파출소에 들른 것.

문제는 이들이 파출소를 떠날 때 벌어졌다. 노 후보와 함께 간 문 의원이 파출소장인 김민영 경위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것. 이 장면은 파출소 주위에 있던 경찰 관계자 50여명이 지켜봤다. 문 의원은 노후보측 대선 기획단장을 맡은 적이 있으나 현재는 직책이 없다.

노 후보 일행이 떠난 뒤 김 소장은 겉봉에 ‘새천년 민주당’이라고 씌어 있는 봉투를 열었다. 1만원권 100장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대통령후보의 기부행위는 불법이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김 소장은 이를 본서에 보고했다.

경찰서측은 임용모 경무계장을 오후 4시경 민주당사로 보내 노 후보의 의전담당 서모 실장에게 ‘금일봉’을 되돌려줬다.

문제는 노 후보측이 전한 금일봉이 ‘기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선거법 112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후보들의 기부 행위는 일절 금지되어 있기 때문. 책이나 화환을 주는 것도 기부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표를 의식한 기부금은 액수와 관계없이 모두 불법”이라며 “그러나 사회 상례상 비난하기 어려운 인사치레나 금일봉까지 기부행위로 보아야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단 기부행위가 논란을 빚고 있다면 노 후보측이 금일봉을 준 동기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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