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수석대표 스타일]신중한 정세현 vs 호방한 김영성

  • 입력 2002년 8월 13일 18시 56분


장관급회담 이틀째를 맞으면서 남측 수석대표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과 북측 단장(수석대표) 김영성(金靈成) 내각책임참사의 회담 진행 스타일이 점점 더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한마디로 ‘신중한 정세현 대(對) 호방한 김영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단장은 12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접견실에서 “주인들은 다 어디 갔어. 손님들을 앉혀놓고…”라며 짐짓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그는 또 공항영접을 나온 윤진식(尹鎭植) 재정경제부 차관이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을 건네자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민족에 커다란 기쁨을 주는 알찬 열매를 거둬야 한다”며 ‘통 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정 장관은 평소의 ‘화려한 언변’을 삼가는 눈치다.

정 장관도 현정권 초기 “금강산관광은 햇볕정책의 옥동자”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김 단장 못지않은 수사력의 소유자. 그러나 그는 첫날 1차 회의(12일) 때부터 “사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마음이 무겁다”며 말을 아꼈다.

김 단장이 “옛말에 지혜와 힘을 합치면 하늘을 이긴다고 했다”고 하자 정 장관은 “역시 말을 잘한다.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학부를 나오셨다는데 우등생이었음에 틀림없다”고 받아치는 장면도 있었지만 결코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두 수석대표의 대조적인 스타일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북측은 금강산 실무접촉에서 대체적인 회담의 윤곽을 잡은 뒤 서울 본회담을 ‘국제사회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반면 남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임기말 대북정책의 일정표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남북 수석대표 비교
정세현 통일부 장관(57)항목김영성 북한 내각책임참사(57)
베이징차관급회담(98년 4월) 수석대표7차 장관급회담 수석대표회담경력정상회담 준비접촉(2000년 5월) 단장5차 장관급회담 이후 북측단장
“사실 나를 비롯해 우리 대표는 마음이 무겁다.”(12일, 1차 회의 환담시 회담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하며)“김 단장이 어제 선물을 많이 준다고 해서 꿈속에서도 선물이 왔다갔다하는 통에 잠을 못 잤다.”(13일, 2차 회의 환담시 북측에 진전된 태도를 요구하며)말말말“조국이 젊어지니 나도 젊어진다.”(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에 대해)“(회담 성과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고 전망해도 된다.”(1차 회의를 마친 뒤)“다 잘 돼가고 있다.”(2차 회의를 마친 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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