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東티모르서 국제망신

  • 입력 2002년 8월 4일 22시 23분


외교통상부가 5월 20일 동티모르 독립선포일에 맞춰 지어주기로 했던 동티모르 독립기념관이 현지 건설업체와의 갈등으로 건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조웅규(曺雄奎) 의원은 4일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올 1월 동티모르에 60만달러(약 7억원)를 들여 독립기념관(240평)을 지어주기로 약속하고, 한인 건설업체 C사와 계약을 마쳤으나 아직 시공조차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유가 어떻든 간에 정부간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OICA측은 “2월에 C사가 건립한 동티모르 한국대표부 건물에 각종 하자가 드러나면서 대표부와 C사간에 분쟁이 발생했고, 독립기념관 공사까지 중단되면서 결국 4월 12일 건립 계약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계약을 해지하자 C사는 5월 초 정부를 상대로 9억96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에 외교부도 5월 말경 C사에 10억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KOICA측은 또 “30여년간의 식민지 생활을 청산한 동티모르에 독립 과정의 귀중한 역사를 보존할 기념관을 지어주려 했던 것인데 예기치 못한 일로 차질이 생겼다”며 “최대한 빨리 새 시공사를 선정해 건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건립예산 60만달러는 이미 예산에 반영돼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동티모르 정부가 ‘한국 정부의 사정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전해 왔다”면서 “내년 5월 동티모르 독립 1주년 기념식에 맞춰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000년 1월 방한한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당시 동티모르 저항협의회 의장)에게 국회 의사당을 세워주겠다고 제안했으나 호주 정부가 이미 의사당 건립을 약속한 후여서 외교부는 독립기념관을 세워주기로 했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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