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남북회담을 주목한다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08분


제7차 장관급 회담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금강산에서 시작됐다. 이번 실무회담은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회담을 제의한 것을 우리 정부가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는 지난주 본란에서 정부가 남북대화에 서둘러 나서지 말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미흡한 유감표명에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하고 나서는 것은 전사자까지 낸 터에 정부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곱지 않은 국민 여론을 무릅쓰고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실무회담은 시작된 만큼 정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서해 도발에 대한 북한의 좀 더 확실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을 얻어내야 한다. 차기 장관급 회담의 시기와 의제 등을 결정하는 일은 그 다음 문제다. 우리는 정부가 북측에 대해 요구할 것을 분명하게 요구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넓게 보면 이번 실무회담은 올 하반기 한반도정세 전반을 내다볼 수 있는 첫 행사라는 데 뜻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최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복원시킨 북-미(北-美), 북-일(北-日) 대화를 위해서라도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북한이 추진 중인 경제변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양측간의 관계개선은 그들에게 필수적인 사안이다.

우리로서도 이번 실무회담은 중요하다. 이번에 남북 교류협력이 재가동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여러 가지 협력사업에서 진전을 이룬다면, 앞으로 진행될 북-미 및 북-일 대화와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 위한 첫 단추는 역시 서해교전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입장 표명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ARF 회담에서 북-미, 북-일간 접촉에 적극적이었던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우리측과의 회담을 외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실무회담은 북한이 잘못을 시인하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시작할 흔치 않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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