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 40년 품 떠나 홀로서자"…각당 관계 재검토

  • 입력 2002년 6월 15일 23시 33분


《6·13 지방선거는 3김(金)의 영향력 퇴조가 ‘실제상황’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정치적 사건이라고 각 당은 해석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한나라당의 ‘부패 정권 심판론’이 선거의 승패를 갈랐고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당 쇄신의 타깃을 ‘DJ 유산’ 청산에 맞추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돌풍도 노 후보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방문 이후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자민련의 대전시장 선거 패배는 김종필(金鍾泌) 총재에게 ‘존립’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각 정당은 선거 이후 3김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선거 결과 부산 경남(PK)지역에서 노풍(盧風)이 몰락한 것은 이 지역에서 YS의 영향력 퇴조와 ‘동전의 양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YS가 노 후보의 구애(求愛)에 동조하지 못한 것도 스스로의 영향력 한계를 인정한 때문이었고 그 한계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15일 “전직 대통령 방문은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보다는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5·10 전당대회 직후 직접 상도동 방문 계획을 언급했으나 이제 이 후보의 측근들은 “이 후보는 전직 대통령 방문 등에 연연치 않고 후보 본연의 행보에 주력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8·8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마산 합포에 출마하려는 YS의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한 공천문제도 자연히 ‘불가’ 쪽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YS와의 관계를 의식,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철씨 공천은 절대 안 된다”는 불가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JP와의 관계도 최병렬(崔秉烈) 의원이 주장한 포용보다는 일정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다만 충청권에서 ‘JP의 몰락’이 확인된 만큼 무리하게 자민련 의원을 영입해 반감을 사는 일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DJ와의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급속도로 확산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선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과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이 주축이 된 쇄신파 모임은 “노무현 후보와 당 지도부가 ‘DJ식 구태 정치’에 대한 단호한 결별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 구파 등 당내의 ‘DJ 직계’는 “DJ는 이미 탈당했고 이제 와서 ‘DJ와의 인위적 결별’을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새삼스럽다는 느낌만 줄 뿐이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노 후보의 ‘YS 끌어안기’에 대해서는 노 후보 스스로도 “성급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노 후보가 YS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린 것 같지는 않다. 정계개편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JP와의 관계설정 문제도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당내에는 여전히 JP와의 연대고리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한 충청권 의원은 “민주당이 ‘DJP 공조’가 깨진 뒤 충청권에 대한 아무런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선거 참패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충청표 결집력에 한계가 드러난 만큼 ‘포스트 JP’를 내세우거나 새로운 연대를 형성하는 등 ‘JP의 2선 후퇴’ 주장이 공론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당장 JP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재선(李在善) 의원은 중부권 신당을 기치로 (제3의) 유력한 대선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산파역을 JP에게 주문하고 있고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정당에도 뿌리란 게 있다. 자민련은 JP를 베이스로 해서 정계개편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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