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관훈토론회]“최규선과 무관” 주먹쥐고 목청높여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41분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공개토론에 나선 때문인지 토론 시작 전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준비해 온 메모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 후보는 처음부터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의 20만달러 제공설 등과 관련한 곤혹스러운 질문이 나오자 ‘터무니없는 이야기’ ‘허위조작’ ‘중상모략’ 등의 용어를 써가며 부인했다. 어떤 대목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주먹을 쥐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의 몸통이라는 서청원 대표의 주장에 동감하느냐’는 질문엔 “아들들 모두가 비리 문제에 거론되는데, 아버지인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하고 본인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완곡하게 답했다. 기조연설에서 “오늘은 김대중 정권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한 대목을 염두에 둔 듯했다.

이 후보는 남북·경제·국방 문제가 나올 때는 제한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답변했으나 가족이나 개인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는 “한인옥 여사가 ‘이 후보 양복이 두 벌인데 세일할 때 샀다’고 했는데 양복이 몇 벌이냐, 얼마짜리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머뭇거리다 “지금 입은 옷은 브랜드가 뭐냐”는 재촉이 이어지자 양복 안쪽을 뒤적여보고는 “(상표는) 20세기라고 돼 있는데…. 맞춤양복인 것은 분명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인간미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집에 가면 다른 일 안한다. TV 앞에 앉아 있거나…. 바늘로 찔러도 피가 안나온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중국적인 손녀가 18년 후 국적을 선택해야 할 때 할아버지로서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때까지 살아 있을지 모르지만…”이라며 농담조로받아넘겼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자리에 모교인 경기고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색을 하고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헌법에 위반될 수도 있는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73세로 네번째 대통령에 도전해 됐다. 이번에 집권에 실패하면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봐도 되나”라는 질문엔 분명한 어조로 “그렇다. 마지막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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