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관훈토론회]‘서민적인 李’ 이미지변신 주력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41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2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쟁점 현안과 관련해 총론에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각론에선 약간씩 진일보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대통령후보 이회창’의 색깔과 콘텐츠(내용)를 분명히 보여주려 했다.

이 후보의 이런 노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대목은 남북관계. 그는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논란거리였던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점’ 문제에 대해 연방제 불가 입장을 못박고 집권하면 문제가 된 6·15 선언 2항을 폐기 할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가 국가간 정상회담 합의사항이나 다름없는 6·15 선언 2항의 수용 거부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우선 대북정책에 있어서 현 정권과 확실한 차별화를 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나아가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의 차별화를 기하면서 보수세력에게 ‘대안은 이회창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 후보는 또 당내에서조차 논란을 빚은 교육평준화 문제에 대해선 ‘골격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나라당과 자신이 기득권층과 ‘가진 자’에게 경도돼 있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업 및 서민문제에 대해서도 종전과는 다소 다른 자세를 보여줬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가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한 것이나 기업에 대한 세금(법인세)과 일반 국민에 대한 세금(소득세)을 함께 내리겠다고 유난히 강조한 것 등이 이 같은 자세 변화의 사례로 꼽힌다.

이 후보의 대미관계 언급도 자신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는 일각에서 친미주의자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와 국익의 조화를 함께 역설했다. 그는 “국익을 무시하거나 친미(親美)를 찬양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에 대한 이 후보의 시각은 양면적이었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의 권력형 비리 수사 노력을 인정하지만 검찰 일각에서 검증되지 않은 설(說)을 흘려 자신을 흠집내려는 시도는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는 식이었다.

이 후보는 3김(金)씨에 대해서는 ‘인간적 관계와 정치적 관계의 분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 대해 “인간관계는 소중하지만 표를 위해 만나진 않을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3김 청산이라는 ‘이회창식 정치’의 출발점까지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해석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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