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싸고돌기만 하더니…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11분


민주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문제와 관련해 뒤늦게 비상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미 오래 전에 제기된 사안인데 불구경하듯 하다가 이제 와서 허둥대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청와대와 똑같이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민심이반이 가속화되면서 자세를 바꾼 것 같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대통령아들문제에 대한 지적에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감싸고돌거나 오히려 다른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예를 들어 홍걸(弘傑)씨의 호화생활의혹 제기에 대해 폭로한 사람의 파렴치함이 더 문제라고 했고, 홍업(弘業)씨와 김성환(金盛煥)씨 간의 수상한 돈거래문제가 나오자 이미 거론된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빌라문제를 또다시 꺼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제대로 대처하면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했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내 한 소장의원의 “대통령일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방어가 현 정권을 더 망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이 정곡을 찌르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대통령아들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채널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느라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결국 비리를 키우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결과가 된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이기도 한 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은 동생들 문제와 관련해 ‘작은 사안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의 절박한 분위기와 동떨어진 것이다. 국민이 공분하고 당내에서까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작은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런 시각이 존재하는 한 민주당이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떠나간 민심을 붙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