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DJ아들’ 몸사리기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12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연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성역 없는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그는 19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의 선거에 불리할지 모른다는 잠재적 가능성 때문에 누구를 잡아넣으라는 식의 야박한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해 DJ의 아들 문제를 직접 공격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검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이 과거처럼 은폐할 상황이 아니다”거나 “검찰 수사가 잘못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다”는 식으로 그 필요성을 일단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아들 문제에 대해 노 후보가 관망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직 당 내 경선이 진행 중인 데다 섣불리 김 대통령을 공격할 경우 스스로의 정체성을 뒤집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캠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통령 아들들 문제와 관련 노무현 후보 발언록
4월 10일정치현안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하지 못한다.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4월 12일성역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특검 수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검찰이 수사를 잘하고 있다.
4월 16일법대로 갈 것이다. 검찰이 적당히 수사를 멈추거나 감출 상황이 아니다.
4월 19일선거에 불리할지 모른다는 잠재적 가능성 때문에 누구를 잡아넣으라는 식의 소리는 않겠다.

그러나 노 후보 측 진영 내부에서는 마냥 현재의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어 태도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태도를 견지할 경우 자칫 ‘DJ 감싸기’로 비칠 수 있고 지방선거 때 영남지역에서 ‘노풍(盧風)’의 위력을 상쇄하는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뒤 선거대책위 등 후보를 위한 공조직이 구성되면 노 후보가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더라도 공조직에서는 자연스럽게 DJ와의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돼 가는 분위기다.

특히 여야의 후보가 확정되는 다음달 중순경 공정한 선거관리를 명분으로 한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 후보 진영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때를 전후해 정계개편을 공개 추진함으로써 노 후보의 독자노선을 강화하는 한편 자연스럽게 탈(脫)DJ 전략을 구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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