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어떻게]여야 책임 떠넘기며 여론 눈치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8시 10분


21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집단 퇴장으로 국회 통과가 무산된 새해 예산안은 24일 또는 26일경 처리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법인세 인하안에 대한 반대토론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퇴장 빌미를 제공한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의 사과 문제라는 ‘지엽말단적 이유’를 놓고 민생에 직결된 예산안 처리를 무작정 늦추기에는 양쪽 모두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책임 공방〓예산안 처리 무산에 대해 민주당 이협(李協) 사무총장은 22일 “한나라당 내에도 (이회창 총재가) 속좁은 정치를 한다는 비난이 있다. 그 정도 해프닝을 갖고 (예산안 처리 합의를) 깨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난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여야가 합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대해 반대토론한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도 사과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고,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날 저녁 송년회에서 집단 음주, 이성적 판단이 흐려졌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민주당이 법인세 1%포인트 인하에 동의하고도 느닷없이 반대토론을 통해 한나라당을 ‘재벌옹호당’으로 비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발끈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여야 합의를 뒤집어 야당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 도의를 무시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예산안 처리변수〓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집단퇴장한 진짜 이유는 법인세율 인하폭을 원점(2%포인트 인하)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야 총무가 이미 1% 인하안에 합의한 데다 이에 따른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있는 마당에 또다시 이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 한나라당이 예산안 통과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재정통합 백지화 법안을 표결로 밀어붙일 경우 정국이 급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재정 문제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간사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표결을 통해서라도 올해 안에 통과시킬 수 있으면 통과시킬 것”이라고 전의를 다진 반면,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는 “야당이 표결을 강행하면 국민여론이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24일 오전에 열릴 여야 총무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예산안 처리 일정이 잡힐 전망이다.

여당은 정부가 새해 나라살림 계획을 세울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야당도 예산안을 무작정 표류시킬 경우 원내 제1당으로서 책임론을 비켜갈 수 없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예산안 내용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과’라는 부대 절차가 문제인 만큼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예산안 처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여야 합의가 안될 경우에도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이 26일 직권으로 본회의를 소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이날까지는 예산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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