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족공방 휴전제의 "우린 안했다"

  • 입력 2001년 12월 21일 18시 28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의 가족들을 둘러싼 공방을 자제키로 한 경위와 배경을 놓고 양당은 21일에도 ‘떠넘기기’를 계속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확전(擴戰)을 자제했다는 주장인 반면 민주당 측은 “공세 자제를 요청한 것은 한나라당 측”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21일 “19일 오후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지낸 동교동계 인사가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데 대통령 아들을 자꾸 공격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자제를 요청했다”며 “이에 ‘우리 당이 먼저 제기하지 않았다. 언론에 나오는데 야당이 가만있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그날(19일 저녁) 민주당 대변인실에서 이 총재 가족을 비방한 보도가 나오기에 다시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우리에게는 하지 말라고 해 놓고 이게 뭐냐’고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민주당의 모 중진의원이 먼저 나에게 ‘가족공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뭐라고 할 얘기가 없다”며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에 전화를 먼저 건 사실은 맞지만 대통령의 두 아들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항의였다”며 “우리 당이 이 총재 가족을 건드리는 성명을 내자 한나라당 측이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우리도 안할테니 서로 자제하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 총재의 그림자만 밟아도 한나라당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