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권-대권분리 왜 나오나…'포스트 昌' 주도권 다툼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43분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당권-대권 분리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권-대권 분리 논의는 일단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 중진들과 김덕룡(金德龍) 박근혜(朴槿惠) 부총재 등 비주류측이 집중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회창(李會昌) 총재측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최병렬 부총재는 최근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당 총재 분리 △공천 등 당 운영에서의 합의제 도입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최 부총재와 김종하(金鍾河)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 보수 중진의원 20여명은 3일 송년모임에서 당권-대권 분리의 공론화를 시도해 이 총재측을 긴장케 했다.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부총재도 “1인보스체제 청산을 위해선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며 이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지난달 21일 러시아 방문에 앞서 출국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제에서도 국무총리와 권한을 분담해서 국정을 운영하면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해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일단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측은 당권-대권 분리 논의가 사실상 ‘포스트 이회창’을 노린 2인자 경쟁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대선후보로 나설 이 총재의 당에 대한 영향력을 배제할 경우 당권 장악은 바로 차기를 도모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게 분리론자들의 계산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논의가 영남권 의원들에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의 공천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이 총재가 시도한 ‘공천 물갈이’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측은 당권-대권 분리에 대해 적극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일부 영남권 중진의원들을 연쇄접촉해 개별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당권-대권 분리론은 자칫 대선을 앞두고 ‘적전분열(敵前分裂)’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의 확산을 방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쪽에서 당권-대권 분리를 확정하고 후보를 선출할 경우, 한나라당 내 논의도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해 이 총재측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