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방선거 조기실시 제안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46분


정치권 안팎에서 물밑으로만 설왕설래되던 지방선거 조기실시 문제가 한나라당의 제안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 6월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월드컵 일정(5월31일 개막)과 겹쳐 국력 분산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지방선거를 앞당겨 실시하자고 4일 제안했다. 한나라당이 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법정선거운동이 5월29일부터 시작될 경우 월드컵 기간 중에 여야 모두 총력을 기울여 상대방 비판에 나설 것이 명약관화한 만큼 모양이 우습다는 것. 다른 하나는 월드컵이 개최될 경우 가뜩이나 저조한 지방선거 투표율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나라당 논리의 밑바닥에는 월드컵 개최의 반사이익을 여당측이 챙기려 한다는 의심도 깔려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허태열(許泰烈) 의원은 “선거일 이틀 전에는 한국과 미국, 선거일 다음날은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리는데 꼭 그 때 선거를 치러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민주당이 월드컵 붐 속에 선거를 치러 반사 이익을 챙기려고 세계적인 행사인 월드컵을 망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투표와 월드컵이 무슨 상관이냐”며 한나라당의 제안을 일축했다. 선거일인 6월13일에는 서울과 수원에서 2게임만 열려 한국팀 경기가 없고, 그나마 오후에 경기가 열린다는 게 민주당측의 반박논리다.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또 “법으로 정한 선거일을 한나라당이 임의로 바꾸려는 발상부터 초법적이고 오만방자한 발상”이라며 “올해 초 우리도 조기선거 여부를 논의했으나 그럴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