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 회담]군사장벽에 육로관광 난항

  • 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58분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회담이 당초 예상했던 대로 육로 개설을 둘러싼 군사분야의 장벽에 가로막혀 쉽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남측 회담관계자는 4일 전체회의를 마치고 “북측은 금강산관광 정상화에 대한 의지만큼은 확고한 듯 하다”면서도 “그러나 북측은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는 금강산 육로개설 지역이 동해안 비무장지대여서 군사적으로 극히 예민한 지역이라는 점. 북측은 환경보호 문제를 함께 내세웠지만 이보다는 군사적 보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남측의 관광대가 지불이 미흡하다고 보는 군부의 의사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남측의 판단이다.

이를 반영하듯 북측 방종삼 대표는 오후 해금강과 삼일포 참관 과정에서 육로관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모든 문제는 처음부터 수지타산을 따져봐야 한다. 해로관광에 이미 수많은 돈이 투자됐는데 다시 육로관광 문제를 꺼내면 되겠느냐”며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아니겠느냐”고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다른 하나는 북측이 제시한 당국과 민간의 역할 구분 문제. 이는 금강산관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당국의 모자’를 쓰고 협상 테이블에 나온 북측이 합의 및 이행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혀진다. 금강산관광은 그동안 북측 아태평화위와 현대간의 민간사업 형태를 띠었기 때문에 북측이 합의사항을 위반해도 대충 변명하고 넘어갔지만 당국간 합의를 어길 경우 6·15 공동선언을 깨뜨렸다는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북측은 새삼스럽게 당국과 민간의 구분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

북측의 이런 인식으로 인해 양측간 의견 조율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측은 회담에서 육로관광의 필요성과 투자 확대 등에 대한 일반론만을 제시했을 뿐 군사 관련 사항은 언급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실무회담 날짜만 잡아도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따라 북측의 전향적인 자세가 없을 경우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다음 회담을 기약할 공산이 크다.

<금강산〓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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