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북 쌀지원 먼저 제안

  • 입력 2001년 9월 21일 00시 07분


정부의 대북(對北)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해온 한나라당이 20일 북한에 쌀 200만섬을 주자고 정부에 제안하고 나서 그 배경을 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쌀 지원 제의의 이유로 ‘쌀 재고 과잉 문제 해결’과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들었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된 사유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쌀 지원 결정은 19일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신임인사차 예방한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홍 장관이 이 자리에서 “북한이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비공식으로 쌀 700만섬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고하자 이 총재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면 도와주는 게 좋겠다”고 답했고, 다음날 김 의장이 구체적인 지원규모까지 못박아 발표한 것.

한나라당은 이에 “그동안 인도적 대북 지원은 반대하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일부 당직자들은 “농민 정서를 감안해 우리가 먼저 쌀 지원을 제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불과 며칠 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 만나 대북 지원은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어 추진해야 한다고 합의했었다.

또 남북협력기금을 5억원 이상 사용할 때는 국회 동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남북교류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여당도 아니고 야당이 갑자기 1년치 남북협력기금(5000억원)을 웃도는 6000억원 규모의 쌀을 지원하자고 나오니 당의 정체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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