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아들 그리는 104세 이상옥할머니 위독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7분


병색이 완연한 이상옥 할머니
병색이 완연한 이상옥 할머니
남한의 104세 할머니가 위독한 상태에서 북한의 74세 외아들을 죽기 전에 꼭 한 번 보기를 애원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오후 5시 강원 속초시 금호동 이상옥(李霜玉) 할머니 집 안방에서는 병색이 완연한 이 할머니를 셋째딸 김정선씨(63)가 부둥켜 안은 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남북한 이산가족 서신교환 대상자로 선정된 2월말 외아들 김정우씨(평남 운곡지구 전산구)가 북한에 생존하고 있다는 소식을 헤어진 지 53년 만에 처음 들었다.

‘네가 살아 있다니 내 가슴속에 눈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3월15일 이 할머니는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를 북녘 아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남북관계로 인해 아직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들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으로 병만 깊어가고 있다.

이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셋째딸 김씨는 “아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며 오래 살기 위해 고기조차 먹지 않고 야채와 된장 등 채식으로 버텨온 어머니가 최근 심한 가슴앓이를 하며 네번이나 혼절하셨다”고 말했다. 우울증 증세와 함께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상태라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또 “어머니가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은 아들을 꼭 봐야 한다는 정신력 때문일 것”이라며 “이제 기다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며 울먹였다. 딸의 팔에 안겨 잠시 몸을 일으킨 이 할머니는 허탈한 듯 “세상에…. 자식이 살아 있는 걸 알면서도 이토록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탄식했다.

3월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 이 할머니는 한동안 매일 딸을 우체국에 보내 답장을 기다리게 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금방이라도 “어머니!”하고 아들이 달려올 것 같은 환상에 젖어 밤을 지새기도 했고 타는 가슴을 식힐 수 없어 밤에도 이불을 덮지 못했다고 딸은 전했다.

외아들 김정우씨는 1남4녀 중 맏이로 강원 고성군 죽왕면 야촌리에서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다가 1948년 8월 “돈을 벌어오겠다”며 북쪽 청진으로 떠났으며 이 할머니의 남편은 73년 세상을 떠났다.

<속초〓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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