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대망론 파문…여야 시각은 각양각색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30분


자민련측이 부추기고 있는 ‘JP(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 대망론’이 정치권에 심상치 않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이 돌출변수를 바라보는 각 정파의 시각은 자신들의 프리즘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착잡하면서도 곤혹스러운 처지라면 한나라당은 ‘꽃놀이 패’를 즐기듯 여유작작한 태도다.

실제 민주당내에서는 내년 선거를 겨냥한 JP의 존재 과시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분위기인 가운데 이미 일각에서는 ‘JP 여권 후보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JP의 존재과시’란 해석은 청와대와 민주당을 향해 그동안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면서 다른 한편 내년 지방자치선거를 겨냥한 당 추스르기에 나선 것이란 정치공학적 분석에 바탕한 것. 반면 당 일각의 심각한 반응은 JP의 만만치 않은 ‘의지’를 감지(感知)한 데서 출발한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JP가 지난해 말부터 측근들을 통해 본인의 대선 출마에 대한 여론을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JP가 역술인들로부터 ‘다음 대권은 당신이 쥔다’는 얘기를 듣고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민주당 인사들은 JP에 관한 한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자칫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하면 내년 대선 공조는 고사하고 당장 연합정권 자체가 깨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JP 대망론’의 반작용은 민주당내 대선후보 진영에서 이미 노골화되고 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20일 “우리당에서는 (대권 도전에) 뜻을 품은 사람이 10명이 다 돼 가는데 그게 왜 기사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얘기하면 한 줄도 써주지 않더구먼”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당내에서는 JP가 대선 출마를 끝까지 고집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회의론이 우세한 상황. 하지만 현실적으로 JP가 손에 쥘 ‘배당금’의 극대화를 위해 97년 대선 때 DJP연합의 최종 결정을 마지막까지 미뤘던 것처럼 다시 줄타기 행보를 보일 경우 막판까지 JP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점을 두고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나라당은 ‘JP 대망론’에 대해 싫지 않은 기색이다. JP의 후보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은 현 상황에서 여-여간 권력투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소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정치하는 사람치고 대망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고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그 분이 자꾸 꿈을 꾸는데 남이 꿈꾸는 것 가지고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며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한나라당내에서도 ‘JP 대망론’을 현실적 무게가 실린 논의라기보다 청와대와 민주당을 향한 자민련의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불만토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영찬·선대인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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