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대통령에 인신공격 말라"

  • 입력 2001년 6월 19일 18시 45분


이회창 총재가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9일 “감정이 격하더라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인격모독적 발언은 하지 말라”고 당직자들에게 지시했다.

이 총재는 이날 권철현(權哲賢) 대변인과 김무성(金武星) 비서실장을 따로 불러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야당의 책무이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을 인신공격하는 것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비판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권 대변인이 전했다.

이 총재는 또 “대통령에 대한 예우상으로도 그렇다”며 “대변인은 물론 모든 당직자가 그런 발언을 일절 삼가라”고 당부했다는 것.

그런 탓인지 권 대변인은 이날 당직자회의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요구한데 대해 어제 ‘애걸복걸’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지나쳤던 것 같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애걸복걸’의 뜻이 ‘온갖 수단으로 머리숙여 빎’이라고 나와 있더라”며 “대통령에 대한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날 이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린 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에 대해선 여러 당직자들이 험하게 공격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망언을 한 박 수석은 즉각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권 대변인은 “박 수석이 상식 이하의 저질발언으로 우리 총재를 공격한데 대해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이 총재의 지시가 실천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여야 모두 논평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도록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한 발 더 나아가 “요즘 청와대와 민주당의 논평이 표독스럽기 그지없다”며 “청와대 대변인의 수준이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 수준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라고 막말을 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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