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에 로비 파문…NYT "로비 실패로 끝나"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7분


토리첼리의원(왼쪽)과 데이비드 장씨
토리첼리의원(왼쪽)과 데이비드 장씨
99년 대한생명 인수를 시도한 재미교포 사업가 데이비드 장씨(57)의 한국정부 로비에 로버트 토리첼리 미국 상원의원(민주·뉴저지)이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8월 장씨의 불법선거자금 헌금 사건을 2개 면에 걸쳐 자세하게 보도해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몰고 왔던 뉴욕타임스는 22일 토리첼리 의원의 개입 전모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토리첼리 의원이 자신에게 선거자금과 각종 선물을 제공한 장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 등을 상대로 장씨가 부사장으로 있던 파나콤의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로비성 서한을 보내거나 직접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토리첼리 의원은 96년 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장씨는 지난해 6월 토리첼리 의원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고 검찰측 증인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98년 9월 김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토리첼리 의원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추천사로 파나콤을 천거한다”고 적고 있다.

또 99년 7월 6, 7일 이틀간 한국을 방문해 김 총리와 강 장관을 직접 만났으며 강 장관을 면담하는 자리에는 사전예고 없이 장씨를 대동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신문은 파나콤이 토리첼리 의원을 믿고 대한생명 인수에 뛰어들었다며 토리첼리 의원의 로비가 결국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8월28일 “장씨가 자신의 수입보다 많은 돈을 정치인들에게 기부해 연방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게 됐으며 토리첼리 상원의원에게 5만3000달러를 불법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장씨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정치인들에게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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