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침묵' 장관들 '섬뜩'…국무회의서 이례적 퇴장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3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1일 주재한 국무회의에는 냉기(冷氣)가 감돌았다.

김 대통령은 최선정(崔善政)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의료보험 재정 파탄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이 문제를 포함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침묵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특히 의보재정 파탄 위기 등 국정 난맥상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킨 것은 최 장관에 대한 문책 경질은 물론 전 내각에 대한 강한 불만과 경고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대통령은 최 장관이 “지난해 말 전문가들과 보험재정을 예측한 것이 실제와 차이나게 된 것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의약분업 자체는 항생제 사용이 줄어드는 등 점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할 때 아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한동(李漢東) 총리와 국무위원 어느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과연 다음주에 국무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며 “대다수 국무위원들이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했구나’라는 표정들이었다”고 전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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