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드 샷은 파4홀? 파5홀?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50분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가 16일 DJP회동 직후 “이 나라 장래를 이끌 사람으로 어떤 사람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서면 내 생각대로 할 것이다. 서드샷까지 가겠다”고 말한 것은 즉각 정치권에 깊은 파장을 일으켰다.

내년 대선을 골프게임에 비유해 JP 자신이 또 다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렇다면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정치권의 분위기는 예전과는 좀 다르다.

이는 여권 내부에 이미 상당히 퍼져 있는 ‘JP 후보론’과 관계가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간부는 얼마전 JP를 독대, 직접 후보로 나설 것을 권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JP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선 불출마를 분명히 못박은 것도 이같은 여권 내부의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우선 JP가 왜 DJP회동 직후 이런 발언을 했느냐 하는 점이다. 두 사람 사이에 차기 대선과 관련해 암묵적으로나마 교감(交感)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두 분이 공동정권의 ‘유종(有終)의 미’를 강조한 것을 잘 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JP가 간담회에서 “이 정권이 끝나는 날 ‘그래도 하느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돼…”라고 말한 것은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그래서 JP 발언의 무게중심이 과연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 여권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즉 ‘서드샷’의 의미와 관련해 킹메이커로서 여권후보의 선출과 당선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자신이 킹메이커 역할은 하되 현재의 DJP공조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뜻인지 해석이 갈리고 있다.

물론 민주당 쪽 인사들은 여권후보의 선출과 당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으로 이해하나, 자민련 쪽 인사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JP 측근들은 언제나 “어느 누구든 JP를 통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해석에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한편 JP의 발언은 여권 내부의 차기 대선주자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까지도 겨냥한 듯한 인상이 짙다. JP의 구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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