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사무관-탈북여성 내달 결혼한다

입력 2001-01-23 00:02수정 2009-09-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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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은 정말 저희들에게 각별한 느낌입니다.”

북한 이탈 주민 안영희씨(30·여)와 통일부 직원 김창성(金昌成·42)씨는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내달 3일이면 평생을 함께 할 ‘가연(佳緣)’을 맺기 때문이다. 그동안 탈북자간의 결혼 사례는 가끔 있었지만 탈북자가 통일부직원과 결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두 사람은 탈북자 정착 지원기관인 경기도 모처의 ‘하나원’에서 처음 만났다. 안씨는 3개월간의 남한사회 적응교육을 받고 있던 피교육생이었고 김씨는 탈북자들을 지도하는 교육관, 곧 ‘선생님’이었다.

안씨가 고향을 떠난 것은 96년 1월 1일. 압록강변 어느 도시의 유아학교 교사였던 그는 생활이 어려워 다른 주민들처럼 중국인들과 생필품을 몰래 거래하다가 적발되자 부모님과 남동생 둘을 남겨놓고 혼자 북한 땅을 떠나야 했다.

중국에서 4년 동안 가정부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했던 안씨는 이 곳에서 만난 양부모의 도움으로 지난해 1월 남한에 왔고 작년 3월 ‘하나원’에 들어왔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건축설계 사무소 등에서 일하다가 93년 통일부에 들어갔고 그동안 남북회담사무국에서 일하다가 99년 5월 하나원으로 옮겨왔다.

탈북자와 교육관이었던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튼 것은 안씨가 하나원을 떠난 뒤였다.

안씨는 하나원을 나온 뒤 논산에 정착했고 이곳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남한에서 살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형편도 언제나 빠듯했고 북녘의 가족소식을 알고 싶어 수소문하다가 정착지원금마저 날렸다.

힘들 때마다 안씨는 하나원의 ‘김선생님’을 자주 떠올렸다.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탈북자들을 격려해주던 ‘선생님’이었다. 안씨는 김씨에게 전화로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하게 됐고 김씨는 그 때마다 직접 나서서 힘껏 도와주었다.

두 사람은 만남을 거듭할수록 정이 들었다. 안씨의 착한 마음씨에 끌린 김씨는 결혼을 결심했다. 부모님도 대찬성이었다. 평양 출신인 아버지 김상진(金相晋·81)씨는 “이북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니 고향 못간 한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 같다”고 반겼다.

안씨는 요즘 미래의 시부모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살림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에 뜬 기름 같게만 느껴졌던 자신이 비로소 남한사회의 일원이 돼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꿈만 같아요. 시부모님 모시고 정말 열심히 살 거예요. 제가 서양사람들이나 입는 줄 알았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게 되다니, 북에 계신 부모님이 제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뻐하겠어요.”

안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김씨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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