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赤총재 빠진 이산상봉 행사… 정부 北측 요구 수용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36분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제2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29일 갑자기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적 관계자는 29일 “장총재가 일본 적십자사 초청으로 사할린 동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장총재의 방일은 최근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북측의 항의에 따른 ‘몸피하기’라는 시각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북한에 대한 ‘저자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북측은 28일 장총재가 이번 상봉 행사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조처해 달라는 입장을 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비판을 사고 있다.

한적 관계자들도 이날 “장총재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일정에 참석하지 않고 일본으로 간 것은 월간지 인터뷰와 관련해 북측이 항의한 것과 관련있다”고 시인했다.

장총재는 출국에 앞서 한때 장정자(張貞子)한적부총재가 북측 인사들의 상대역을 맡도록 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장총재의 방일에 따라 30일 북측 방문단 환영 만찬을 ‘대한적십자사’ 주최로 변경했다. 1차 상봉 때는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환영 만찬을 주최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장총재가 있는 한 이산가족 상봉을 재검토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2차 상봉 행사에 참가하는 대신 장총재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매듭짓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총재의 전격적인 일본 출국과 관련해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며 끌려 다닌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측이 인도적 사업인 이산가족 상봉에까지 장총재 문제를 끌어들인 것도 잘못이지만 북측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한적이 주최하는 이산가족상봉에 한적 총재가 나설 수 없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북에 끌려 다녀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어떤 문제든 북한에 대해 원칙과 한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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