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대담①]DJ 비서출신 설훈 vs YS 비서출신 박종웅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4시 52분


《“낼모레면 80인데 언제까지 원수처럼 지낼건가”

“야당도, 주변인사들도 DJ에게 못하는 얘기를 YS가 해주니까 이건 일종의 보약을 주는 기라. 약값 내라, 설의원”

“대통령까지 지낸 분을 저렇게 망가지게 놔두는 것은 잘못이야, 박의원”》

애증(愛憎)의 관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사이를 가리켜 흔히 그렇게들 부른다. 물론 지금은 YS(김영삼전대통령)와 DJ(김대중대통령) 사이에 ‘애정’보다는 냉기만 가득하다.

박종웅의원(朴鍾雄·한나라당)과 설훈의원(薛勳·새천년민주당). 동갑내기(47)인 두 의원은 79년과 80년 각각 YS, DJ와 인연을 맺은 이래 상도동과 동교동 비서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연금과 투옥 등으로 YS와 DJ의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양가(兩家)가 군사정권의 감시 아래 통제되던 시절 두 의원은 양가 비서실의 막내격으로 허물없는 우애를 나누던 사이다.

‘신동아’는 두 의원을 동시에 초청, 두 전·현직 대통령간에 벌어지는 작금의 불화문제에 대해 양측의 기탄없는 속얘기를 들어보았다.

기자:두 분이 동갑이죠?

박종웅의원:동갑은 동갑이죠. 근데 정치판에서 나이 따지나.

설훈의원:내가 뱀띠고 자기는 (한살 아래인) 말띠 아닌가?

박종웅의원:정치판에서는 선수(選數)가 중요하지 나이가 중요한가.

(박의원은 3선, 설의원은 2선으로 박의원이 정치선배인 셈이다)

설의원:뭘, 이회창(李會昌)의원도 재선인데 당총재도 하고 다 하잖아.

기자:또 싸운다. 두 분 보스들께서도 참을 수 없는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고들 하는데 두 의원께서 그런 것까지 닮은 건 아니겠죠?

설의원:내가 지금까지 모시면서 지켜본 바로는, 우리 (김대중)대통령께서는 아무와도 앙숙이 되거나 적대적 관계를 갖고 세상을 사시는 분이 아니에요. 서로 전쟁을 치르고 극악한 관계에 있던 남북관계도 화해하고 협력하는 판인데 그 동안 동지였고 말 그대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분들인데 왜 협력이 안 되겠습니까? 왜 화해가 안 되겠습니까? 우리 대통령을 비롯해서 동교동 식구들은 다 마음을 풀고 있어요. 화해하자 그런 생각이에요.

기자:그런데 이렇게 화해를 못 하고 앙숙이 된 데에는 뭔가 원인이 있지 않겠어요?

이게 훈수냐? 재 뿌리는 거지:

박의원:그게 제일 중요하죠.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도 처음에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어떤 의미에서 ‘더 잘 됐다’ ‘그 동안에 내가 해왔던 민주화나 개혁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켜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시고 “도와줘야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이 양반(김대통령)이 하시는 걸 보니까 이래 가지고는 도저히 나라가 안 되겠다,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김대중은) 독재자”라는 말씀도 하신 것 아닙니까? 걱정스러워서 한 말씀입니다. 인간적으로 과거에 오랜 동지였다 하더라도 잘못하는 것은 지적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설의원:그런데,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우리 대통령이나 우리 당 쪽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 일절 일언반구도 안 하시거든요. 우리는 우리대로 할 말이 분명 있지만 그냥 못 들은 체하고 넘어간다는 말이야. 왜 그러냐 하면 그 밑바탕에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이 없다는 거예요.

대통령 생각은 ‘저게 왜 저럴까, 답답하네, 내가 자기한테 뭘 잘못했다고, 왜 나한테 일방적으로 독재자라고 하고 온갖 소리를 다하면서 공격하나, 참 답답하다’ 이런 심정이세요. 그렇다고 똑같이 흥분해 가지고 YS에게 욕을 하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고 ‘왜 저럴까, 참 답답하다’ 이런 거라고.

박의원:YS도 대통령을 5년 동안 해보신 분이고 또 김대중 대통령 하는 것을 보면 잘한다, 못한다 판단이 있지 않겠나. 정치를 하는 걸 보니까 이런 것은 잘못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지적한 거지.

설의원:답답하면 훈수도 해주고, ‘이것은 이런 것 아니오’ ‘아무리 봐도 이것은 후광(後廣·김대중대통령의 아호)이 잘못된 것 같소’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이렇게 훈수를 하면 오죽 좋으냐 말야. 그것은 제쳐놓고 막 떠벌리고 이러니 훈수가 아니라 이것은 완전히 재 뿌리는 거지.

박의원:그런 일을 하려면 신뢰가 중요하거든. 김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우리 힘을 합쳐서 잘해보자’ ‘미국대사가 이야기하던데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는 게 앞으로 한국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잘 좀 도와주세요’ 하기에 YS도 ‘좋다. 나라가 잘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나도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도와주겠다’, 그렇게 이야기했단 말이야. 그런데 하는 것을 가만히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신뢰를 저해하는 쪽으로 간다 말이야.

국민이 호응해주니까 말하는 거야:

기자: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신뢰를 저해했다는 얘기죠?

박의원:YS주변에 있던 사람들 다 조사하고, YS 재임 시절 비자금이라든지 그것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더란 말이죠. (YS와) 가까운 사람을 구속하고. 그때 구속됐던 사람 가운데 경남고등학교 출신으로 해병대사령관을 했던 전도봉 장군이 있는데, 진급과 관련해서 돈을 받았다고 구속됐어요. 그런데 이번에 무죄(판결) 났다고.

또 IMF와 관련해서 검찰에 감사원에 청문회에 나오라고 하는 거야. YS 생각에 ‘이렇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안 된다’는 기라. 또 야당의원 빼내가기라든가 보궐선거 때 부정선거 하는 것을 보니까, ‘이거 독재가 아니냐. 저런 식으로 하다가는 진짜 큰일나겠다’ 싶으니까 잘못한다고 지적한 거지. 아무리 YS가 ‘독재자’라고 말했더라도 국민이 호응을 안 해주면 말한 사람만 우습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일부 국민이 호응하고 있잖아요.

(‘국민 호응’ 대목에 이르러 설의원이 어이없다는 듯 빙긋 웃어 보이는 사이 박의원은 드디어 ‘항복’을 받아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속도를 높였다)

박의원:남북문제도 마찬가지지.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가고 YS가 볼 때는 이러다가는 나라 망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런 지적을 한 것이고. YS가 현 정권에 대해서 비판하는 게 무슨 반사이익을 얻겠다든지 그런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 다시 대통령 나올 것도 아니고 총재 할 것도 아니고, 정말 DJ와 과거에 동지였기 때문에 그러는 거지. 그렇게 비판하는 것도 애정이 있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나.

설의원:아이고! 박의원, 옛날엔 안 그랬는데 이제 보니 순 헛똑똑이야.

이거 보라고. 전도봉(全道奉)장군을 이야기하는데 전도봉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YS를 도와준 사람이 그 사람 하나겠습니까? 수많은 사람이 YS를 도와주었다고.

그중에 전도봉이 됐든 김두봉이 됐든 누가 됐든 간에 YS를 도와준 것과 상관없이 비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 사람이 비리혐의가 있으니까 구속이 됐겠지, 그 사람이 YS를 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예요. 우리 대통령이 YS와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이제 물러나신 분인데, 그 YS를 도와주었다고 해서 뒷조사하라고 시키겠느냐 말이에요. 우리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어. 그렇게 해서 득 될 일이 뭐가 있느냐 말이에요. YS를 자극해서 우리가 얻을 게 뭐가 있다고.

DJ 잘못 지적해 줄 사람은 YS뿐:

박의원:김대중대통령이 취임하면서 YS대통령과 인수인계할 때 여러 번 만났잖아요. 앞으로 자주 연락도 하고 조언도 받겠다고 말했지. 그런데 실제론 연락도 안 하고 있다가 기껏 한다는 것이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하고 같이 만찬하자는 거야. 사실 YS는 전두환 노태우 구속시킨 사람입니다. 그런 자리를 같이한다는 것도 그렇고, 불가피하게 전직 대통령들을 모셨다면 따로 조용히 이야기할 기회도 있고 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은 한 번도 안 만듭디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우리 쪽에 대해서 조사나 하고 흠집내기를 하잖아요. 또 DJ대통령이 정치를 잘한다든지 하면 YS가 비난할 여지가 없는 거지.

어떤 면에서는 YS가 독재자라든지 지역감정이라든지 남북문제에 대해서 지적을 했기 때문에 DJ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 왜냐고? 주변에서 그렇게 강력하게 얘기를 못하는 부분도 YS가 해주니까 김대중대통령한테 보약이 됐다는 거죠.

설의원:보약도 좋고 뭐도 좋은데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얘기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고. 지금 김영삼대통령이 우리한테 하는 이런 얘기들은 약이 아니고, 이것은 우리가 아무리 봐도 독으로밖에 안 보인단 말이야.

박의원:아니, 약 중에서도 이것은 보약이야. 지금 어설프게 DJ대통령한테 뭘 하는 것은 면역성만 높여 주고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YS처럼 정곡을 한마디로 찔러주는 것이 진짜 보약이에요. (손을 벌리며) 그러니 설의원, 약값 내야 한다고. 약값 내라, 빨리(웃음).

설의원:이제는 YS가 할 만큼 다 했잖아. 솔직히 말해서 온갖 것 다해봤으니까 이제는 정리를 하고 과거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셔야 한다고. 우리가 민추협을 같이할 때 얼마나 좋았냐 말이야. 지금은 독재도 없고 그리고 두 분이 연세도 연세고, 우리 대통령도 은퇴를 하시면 이제 정치에서 떠나실 것이니까 두 분이 같은 조건이다 말이야. 그러니 두 분이 다툴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요. 손잡고 같이 가셔야지 뭣땜에 다투느냐 말이야. 다투는 것은 여기에서 끝내고 과거에 동지였듯이 그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두 분을 위해서도 좋고 민족을 위해서도 좋고 모든 사람을 위해서 좋은 거예요. 모든 국민이 그것을 바라고 있고.

험악한 소리만 해대는데 어떻게 만나:

박의원:이번에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난 뒤에 두 분이 한 번 만났잖아. 그때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했지만 YS대통령이 볼 때는 (DJ가) 너무 급하게 한다는 거야. (YS도) 대통령 5년 하면서 남북문제 많이 해봤거든. 쌀도 줘봤고 많이 해보았어요. 그래서 YS는 저쪽 김정일의 전략이나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게 있다고.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큰 낭패가 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속도조절을 해라” 하는 이야기를 하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자주 연락하겠다. 전화로 하든지 만나든지 하겠다”고 해놓고 지금 넉 달이 지나 다섯 달이 돼 가는데도 아직까지 연락 한번 안 한기라.

설의원:연락을 할 수 있겠느냐고. (YS가) 그 온갖 소리를 다하고 있는데. 남녀간에 연애를 하더라도 사인이 있어야 얘기가 되는 것인데 계속 공격해대니 만나서 어떻게 해. 그러니까 상도동 쪽에서 뭔가 넌지시라도 “우리 만나서 얘기를 하자”라든가 이런 신호를 주고받고, “DJ 잘한다” 소리를 왜 못 하는 거냐고.

설사 DJ가 못 하는 게 있더라도 “이런 것은 잘못하지만 이런 것은 잘한다” 하고 던져 놓으면 우리가 ‘아, YS가 생각을 달리하고 있구나. 우리 김대중 대통령과 무엇을 해보자는 신호구나’ 이러면 우리 대통령도 YS대통령에게 “오소, 얘기 한번 합시다” 이렇게 될 것 아닌가. 지금까지 YS가 언제 우리한테 “잘했다”고 한 적이 있느냐 말이야. 계속 험악한 소리만 했지.

박의원:만나 가지고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것은 잘못했다”고 지적도 했지. 그런데 (DJ가) 그런 것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계속 본인 생각대로 나가면서 YS쪽 얘기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말이야. YS가 볼 때는 정말 이러다가는 나라가 걱정이다 싶으니까, 그리고 직접 만나 이야기할 기회도 없으니까, 국민에게 대고 얘기해야지.

YS가 한번씩 나와서 그렇게 해야 김대중대통령 잘못하는 데 대해 강력하게 견제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거든. 그리고 DJ 대통령 주변에는 직언할 사람이 별로 없잖아. 설훈 의원만 빼고 말야. 만약 야당이 야당 노릇을 잘하고 정부 여당 안에서도 그런 잘못된 점을 지적해서 빨리 개선될 것 같으면 YS대통령이 나설 일도 없고 나설 여지도 없을 거라고.

그럼 클린턴도 독재자냐?:

설의원:‘지적’ 얘기를 하니까 말인데 박의원이 지금 상도동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지만 안타깝고 답답한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영삼 대통령이 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행보에 대해서 잘했다는 사람보다 못했다는 사람이 훨씬 많단 말이야.

박의원:설의원이 지금 YS의 언행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보다 비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얘기했는데, 그것은 관점에 따라서 다를 수 있어. 지금 이 시점과 1년 2년 뒤는 또 다를 수 있는 거라고. 예를 들어 ‘(DJ는) 독재자’(라고) 발언 한 것이 1년 반이 지나고 있는데 YS가 처음 그 발언했을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했지. 언론도 비판하고 사람들이 전부 다 “치매다. 완전히 정신 나갔다”고 했거든. 그런데 지금 와 가지고는, 지내놓고 보니까 “YS말이 맞네” 하는 사람도 많다고.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잖아요. 여당이 소수당이 되어버렸잖아요. 만약에 이회창 총재가 공천만 잘했으면 내가 볼 때 야당이 과반수도 쉽게 먹었을 거야.

설의원:어째서 우리 대통령이 독재자란 말이냐고. 독재자란 개념이 헷갈리네.

일반적으로 독재자는 히틀러나 스탈린이나 전두환 노태우나 이승만독재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인데, 우리 김대중대통령이 독재자라는 것은 어떤 분류로 해서, 어떤 식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독재자라고 하는 거지?

박의원:처음에 YS가 독재자라고 하니까 한나라당 사람들도 전부 다 설훈 의원 이야기처럼 “대통령이 독재자란 이야기는 심하지 않으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다가 이번 총선 때 되니까 전부 유세장 올라가서 독재자 이야기도 하고 또 ‘독재냐 민주냐’는 플래카드를 벽에 붙이는 기라. 자기들이 판단할 때 이것이 먹혀 들어간다 생각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설의원:올해 총선을 치렀는데 이 총선결과를 가지고 독재자다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한다면 이 세상에 독재자 아닌 사람이 없어요. 클린턴도 독재자가 되는 거지. 그렇게 따지면 독재자 아닌 지도자가 어디 있어?

YS대통령이 우리 김대중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했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 대통령을 두고 ‘김대중 독재자’라고 하면 그것은 결국 YS 이미지만 계속 깎이게 되고, 막말로 YS만 나쁜 사람이 된다는 말야. 그러니 박의원 같은 사람이 모시고 있으면서 “각하 이런 말씀을 하시면 우리 손해봅니다. 안 됩니다.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치켜주십시오.” 이렇게 왜 말 못하느냐 말이야. 아이구 답답해.

YS도 피곤하고 싫지만 얘기하는 기라:

박의원: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 반 밖에 안 되는데 지금 언론에서 총체적 위기라고 하거든.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위기라고 해요. 정치도 꼬이고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달리 우려하고 있고.

설의원:총체적인 위기라는 표현은 안 하는 때가 없어. 해마다 총체적 위기라고 하고 있어.

박의원: 그것이 뭐냐 하면 김대중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말이야. 그러니까 YS대통령이 그런 잘못에 대해서 그때그때 적절하게 지적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야. 그리고 YS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에 독재자란 이야기를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싫다” 이거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는 박수 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YS도) 잘알고 있어요.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내가 가만히 있으면 편한데, 지금 야당도 제대로 말 못하고 언론도 말 제대로 못하니까 나마저 침묵한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죄악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피곤하고 하기 싫지만 내가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설의원:야당과 언론이 할 말을 못 한다고 했는데 지금 대한민국 언론이, 동아 조선 중앙 등등, 이런 언론들이 정부여당과 대통령을 마음놓고 욕하고 비판하고 있어요. 이건 비판 정도가 아니라 비난이지.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구가하고 있는 시점인데 왜 언론이 얘기를 못한다고 하냐고. 하물며 야당은 우리 대통령 알기를 우습게 아는 정도까지 얘기하고 있는데.

박의원:우리 국민을 무시하지 말라고. YS대통령이 사실도 아닌 일로 김대중대통령을 비난했을 경우에 사람들이 그 말을 믿겠나? 사람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YS대통령 말이 맞으니까 거기에 동조하는 것이지. 그것이 틀렸다면 동조하겠나.

설의원:좌우지간 우리는 아까 처음에 얘기했듯이 화해하고 서로 손을 맞잡고 가자는 취지에서 앞으로도 YS가 욕을 하든 무엇을 하든 그냥 넘어간다고. 아까도 얘기했듯 북한과 손을 잡고 얘기하는 판인데 왜 YS대통령과 얘기 못할 게 있느냐 이거야.

박의원: 그런데 지금 (얘기를) 안 하잖아.

설의원:지금은 못 하지. (우릴 보고) 독재자라고 하는 판인데 무슨 대화를 해.

박의원:김대중대통령이 지금이라도 YS에게 ‘야,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 이럴 것 같으면 우리가 하지, 안 만나나? 김대중대통령은 “만나자”고 해놓고, “연락하겠습니다” 해놓고 연락을 안 해버리는 기라.

기자:세간에는 YS가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산 아래 ‘영남정서’를 자극하는 ‘DJ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박의원이 “아니되옵니다” 했어야해:

박의원:지금 YS는 DJ만 욕하는 게 아니라 이회창도 욕하거든. 이회창 총재에 대해서도 “저거는 대통령감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만약 DJ를 욕하면서 이회창을 가만히 놔둔다면, 그래서 이회창이 반사적으로 이익을 얻는다면 YS한테 무슨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하겠지만 “DJ도 잘못하고 이회창도 저러다가는 대통령 못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또 YS더러 지역감정을 조장한다고들 하는데, 아무리 YS가 이야기해도 말이 틀렸다면 “웃기지 마라. 우리 영남사람들을 갖다가 완전히 병신 만들지 마라. 괜히 쓸데없이 당신이 나서서 그러지 마라” 이런 이야기를 할 것 아닙니까? YS가 지적하는 것이 나름대로 논리가 있고 또 사람들이 생각할 때 편중인사 편중예산 편중투자 편중개발 이런 것이 다 맞다고 느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영남권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이지, YS대통령이 영남권 사람들을 선동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자: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소식이 전해지던 10월13일 고려대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가로막혀 있던 김영삼 전대통령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두 분 생각이 퍽 복잡하셨을 것 같은데요.

박의원:그때 (김영삼) 대통령께서는 식사도 못 하시고 학생들에게 에워싸여 밖에도 못 나가고, 추운 날이니까 히터를 틀어놔서 차 안이 건조해서 영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그때 6시 정각이 되니까 우리 비서한테 DJ의 노벨상 수상이 결정됐다는 휴대폰 연락이 왔어요. 그걸 (YS에게) 보고하고 나니 기자들이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요. 그래서 “노벨평화상은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인권에 기여한 사람이 받는 것인데, 여러 가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사람한테 준다는 것은 안 맞다고 생각한다. 노벨상 가치가 땅에 떨어지는 것 아니냐” 그렇게 말씀하신 거예요.

북한에는 주민들의 인권보장이 안 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전혀 말도 안 하고 오히려 김정일 위상을 세워주면 기세등등해 가지고 (북한의) 국내정치는 탄압 일변도로 가는 것이 뻔하다는 게 이 양반 생각이라.

기자: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축하할 일이다’는 빈말 한마디조차 없다는 데 대해 김대중대통령 쪽에서는 인간적으로 섭섭하지 않았겠어요?

설의원:섭섭한 것을 떠나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전세계 시민이 축하하고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가장 잘 알고 가장 가까이서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를 해줘야 할 분이 한다는 말씀이 “노벨상이 땅에 떨어졌다”고 공격을 하고 나서니,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그때 박의원이 정말 “이것은 아니오” “아니되옵니다”라고 얘기했어야 하는데 박의원마저 뭘 했느냐는 거지.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각하, 이것은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니고 축하해주십시다. 그리고 다음에 공격할 것은 공격합시다” 이렇게 얘기했어야 맞는 것인데 그것은 박의원이 잘못한 거야.

박의원:(웃으며) 그것은 내가 고쳐야 되겠네.

설의원:그래, 당신이 잘못한 거야.

<박성원 신동아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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