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이산상봉때 '아름다운 양보' 우원형씨 2차 포함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9시 10분


“이제라도 갈 수 있게 된다니 꿈만 같습니다. 북에 있는 형제들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8·15 제1차 이산가족 교환방문단 예비후보 1번에 올랐던 우원형(禹元亨·65·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13일 자신이 2차 방북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씨는 1차 방문단 선정 당시 109세 노모의 사망사실을 뒤늦게 통보 받은 장이윤(張二允·72)씨 대신 방문단에 포함될 수 있었으나 장씨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대한적십자사는 2차 방문단의 나이를 70세 이상으로 제한했으나 우씨는 특별히 포함시켰다.

우씨는 “장이윤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면 누구라도 양보했을 것”이라면서도 “장씨의 방북장면을 TV로 지켜보며 북의 고향과 가족이 눈앞에 아른거렸다”고 말했다. 우씨는 당시 며칠 동안 산속 사찰에 들어가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기 개풍 출신으로 개성상업중학교 4학년 때인 51년 1·4후퇴 때 국군을 따라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던 우씨는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겠지만 남동생과 여동생은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특수필라멘트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씨는 “연고도 없이 월남해 고생도 많이 했지만 다시 만날 가족 생각에 악착같이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동생들이 필요로 할 만한 선물을 고르러 나가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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