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정국 어떻게?]野 '등원 모양새' 고민하는듯

  • 입력 2000년 10월 1일 18시 52분


단독국회와 대구 장외집회를 고비로 여야의 극한대결 기류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어떤 대여(對與)투쟁 카드를 꺼낼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했다.

한나라당은 9월3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향후 정국운영 방안을 이총재에게 일임한 상태. “총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의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총재는 당 안팎의 여러 인사들과 접촉해 국회등원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9월30일에는 대표적인 등원론자인 손학규(孫鶴圭)의원을 만났고 국군의 날인 1일에는보훈병원을 찾아 장병들을 위로한 뒤 일부 당고문과 점심식사를 같이했다.

이총재는 9월28일 대구집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결코 국회를 포기하지 않을것”이라며 등원 방침을 밝힌 상태. 따라서 어떤 절차를 거쳐 등원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은 셈이다.

손의원은 1일 “총재에게 장외투쟁을 계속하면 국회파행 부담을 야당이 안게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법안 처리가 안돼 공무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더니 총재도 관심을 갖고 듣더라”며 이총재가 조만간 조건 없이 등원 결정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그동안 장외집회 등으로 여권을 압박했다면 이제는 원내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라며 “이총재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사실 당내에 80%가 등원 주장을 하고 나머지 20%가 투쟁 주장을 하는데 그동안 20%의 강도가 강했다”며 “총재가 이런 점을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정규(梁正圭)부총재는 “일부에서 당장 우리가 등원할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까지 싸웠는데 하나도 얻은 것 없이 그냥 등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이 등원의 형식문제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이다. “민주당이 먼저 쟁점현안들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여야 접촉이 가능하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일단 접촉부터 갖자”고 역제의했다.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이총재가 제안한 영수회담을 위해 의제 등을 사전 상의하는게 필요하다”며 거듭 ‘선(先) 협상’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이미 등원론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굳이 서둘 이유가 없다는 게 민주당 분위기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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