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비서 일행은 강한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한라산의 정취를 감상했다. 한라산 관광은 당초 일정엔 들어있지 않았다. 김비서는 또 3박4일간의 남한체류 일정 중 1박2일을 제주에서 보냈다.
김비서가 제주와 한라산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은 제주가 제3차 장관급 회담 장소인데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유력한 답방 후보지이고, 한라산은 제주를 상징하는 '남한의 영산'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김비서 일행은 제주를 방문한 최초의 북측 인사로서 김위원장 답방을 위한 '사전답사단'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김비서는 제주와 한라산의 '역사적 의미'도 의식한 듯했다. 김비서가 북제주군 애월읍의 항몽유적지를 방문해 삼별초의 대몽골 항쟁사에 큰 관심을 보인 뒤 방명록에 "몽골 침략자들을 반대하는 삼별초군의 애국투쟁정신은 후세에 길이 전해지리라"라고 쓴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반외세 가 아니었을까.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